‘성탄 한파’ 사고 속출… 서울 -15도 30년만에 최저

입력 2010-12-24 22:50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3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12월 한파로 서울 전역에 자동차 고장과 동파 사고 등이 잇따랐다. 강추위로 한국씨티은행 전 지점과 인터넷뱅킹을 통한 업무가 중단되면서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기상청은 강추위가 성탄절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화재는 이날 서울 전역에 자동차 고장 신고로 출동한 사례가 3000여건으로 전날의 3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중 1966건은 한파에 따른 시동 불량이었다.

서울 전역에서 동파 신고도 폭주했다. 서울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아파트와 연립주택, 상가, 공사 현장 등에서 98건의 수도관 동파가 발생했다.

은행 업무도 마비됐다. 오전 11시쯤 씨티은행 인천 전산센터 내 냉각기가 추위로 동파되면서 주 전산시스템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냉각기로 들어가는 물이 쏟아져 전산실 일부도 침수됐다. 이에 따라 지점 창구 거래와 자동화기기(ATM)를 통한 현금 입출금, 인터넷뱅킹, 폰뱅킹 등 전산을 통해 이뤄지는 대부분 업무가 중단됐다.

사고 발생 6시간이 지난 오후 5시20분쯤 백업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창구를 통한 여·수신 업무와 ATM을 통한 씨티은행 통장 입출금과 조회 업무 등이 가능해졌지만 다른 은행 관련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전 0시10분쯤 서울 서초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열기 사용 미숙으로 추정되는 불이나 집주인 이모(53)씨 등 2명이 화상을 입고 집안 20여㎡가 탔다.

최악의 한파에도 도심에서 성탄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인파는 넘쳐났다. 실내공간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는 평소보다 3배가량 많은 20여만 명의 시민이 몰렸다. 신촌 대학가도 시민들로 크게 붐볐다.

서울시내 주요 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퇴근길 내내 남산1호터널 도심 방향 도로와 을지로, 퇴계로, 청계천로 등 도심 주요 도로에서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했다. 강남 테헤란로도 지·정체가 반복됐다. 강변북로 상·하행선은 대부분 구간에서 차들이 길게 늘어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기상청은 이날 서울 아침 기온은 영하 15.1도까지 내려가면서 1980년 12월 영하 16.2도를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기온을 보였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25일 아침에도 서울 영하 16도, 대관령 영하 18도, 대전 영하 12도 등 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이번 강추위가 27일 오후부터 평년기온을 회복하면서 점차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