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교사 뺨때리고, 女담임 걷어차고… ‘막가는 교실, 막다른 교권’
입력 2010-12-24 18:16
서울 지역 한 중학교 교사는 지난해 9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권상담실에 전화를 걸었다. 이 교사는 전화 상담에서 “치마가 긴 학생에게 주의를 주자 다음날 어머니가 교실로 찾아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얼굴을 때렸다”며 “학부모는 사과는커녕 ‘이거면 되겠느냐’며 수표를 내보였다”고 말했다.
전교조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각각 전화 상담과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수집한 교권침해 사례를 24일 공개했다.
한 교사는 교총이 지난 10월 25일부터 지난달까지 수집한 ‘학생인권조례, 체벌금지로 인한 학교현장 내 고충 사례’에 교권침해 상황을 토로했다. 이 교사는 “선생님한테 반말하거나 욕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면서 “한 학생은 여자 담임선생님의 배를 (발로) 차고 도망가면서 ‘때리려면 때려봐. 신고할테니까’라고 큰소리로 외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학교 3학년 영어 교사는 “꾸중한 교사의 차를 송곳으로 뚫고 동전을 던져 차 유리를 깬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는 “수업 태도가 불량한 학생에게 ‘부모님께 전화한다’고 하자 ‘선생이 엄마에게 꼰지른다’며 책상을 뒤엎고 교실 앞으로 나와 교탁을 발로 걷어차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면서 혀를 찼다. 또 다른 교사는 “수업 뒷정리를 하다 뒤돌아 본 사이 한 남학생이 분필과 지우개를 던져 머리에 맞았다”면서 “많은 학생이 보는 앞이어서 수치심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12년 전 체벌을 금지한 영국의 웨일스 지방에서 2005년부터 2009년 사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례가 4000건에 달해 교사 폭행을 금지하는 조례가 최근 제정됐다”면서 “체벌을 계속 금지하면 우리도 영국의 교실 붕괴를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교조 엄민용 대변인은 “체벌금지 이전에도 교권침해는 심각했다”면서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도 문제지만 학교장에 의한 교권침해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