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 새터민 임유경씨의 힘겨운 크리스마스 “꿈찾아 왔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입력 2010-12-24 18:16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 싱글맘 새터민 임유경(가명·29·여)씨는 4살인 딸 예나(가명)와 학습지 문제를 풀고 있었다. 정부에서 제공한 46.3㎡(14평) 임대아파트 거실에는 매트리스 하나와 옷장, 브라운관 TV와 수납장이 전부였다. 지난해 10월 한국에 온 임씨 모녀는 한국에서 두 번째 맞는 크리스마스를 단둘이 쓸쓸하게 보내게 됐다. 임씨는 “하나원에서 새터민 동기들과 보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마음이 무겁고 허전하다”고 말했다.

정부 보조금과 아르바이트 수입이 전부인 임씨 모녀에게 올 겨울 한파는 가장 큰 근심거리다. 월 70만원 정도인 정부 보조금은 월세(9만원)와 어린이집 비용(6만원), 관리비 등을 내고 나면 모녀가 한 달을 나기에 빠듯하다. 지난달부터 난방비가 추가돼 5만원 수준이던 관리비는 2배 가까이 늘었다. 임씨는 난방비가 부담스러워 딸이 어린이집에 가는 낮시간에는 난방을 끈 채 버틴다고 한다. 시간 날 때마다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한 달에 50만원을 벌기 힘들다. 일을 더 하고 싶어도 딸이 어린이집에 가는 6시간밖에 시간이 없다. 임씨는 안정적인 직장을 갖기 위해 내년부터는 미용전문대학에 다닐 예정이다.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일반인의 2배인 600만원의 탈북 비용을 요구한 브로커도 임씨를 집요하게 쫓아다닌다. 임씨는 지난해 말 정부 지원금 300만원을 받아 200만원을 브로커에게 줬고, 지난 6월에도 지원금을 모아 100만원을 갚았다. 임씨를 담당하는 보안형사가 “나머지는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브로커는 지금도 임씨 주위를 맴돈다고 한다. 임씨는 “새터민 형편을 뻔히 알면서 악착같이 돈을 받아내려 해 야속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도 임씨의 어깨를 움츠러들게 한다. 임씨는 아르바이트 가게나 길거리에서 북한 말투가 튀어나올 때마다 스스로 깜짝 놀란다고 한다. 요즘은 누군가 ‘조선족이냐’고 물으면 적극적으로 조선족이라고 대답한다. 임씨는 “연평도 사건 후에는 교회에 나가서 기도를 드려도 마음이 무겁다”며 “북이 고향인 게 죄 아니겠느냐”며 입술을 깨물었다.

북에서 크리스마스를 경험하지 못한 임씨는 25일에 무엇을 할지 몰라 난감해했다. 임씨는 “명절 때가 제일 외롭고 서운하다”며 “다들 가족이나 연인과 시간을 보낸다는데 난 어디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외식도 돈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떨궜다. 부모와 두 동생을 북에 두고 홀로 나온 임씨는 “연말이 되니 무엇보다 북에서 부모님 말씀을 잘 듣지 않았던 것이 가장 후회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글·사진=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