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마구 서브’… 프로배구 새 공인구, 볼 흔들림 심해 승부 변수로 작용

입력 2010-12-24 18:07


올 시즌 바뀐 프로배구 공인구의 공포가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이번 시즌 채택한 공인구 ‘그랜드 챔피언’은 지난 6월 남아공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처럼 볼의 흔들림이 많아 승부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기존 볼보다 상대서브를 리시브하기가 힘들어지고 따라서 강서브를 구사하는 팀이 그만큼 더 유리할 것이란 예상이었다.

전망은 그대로 적중했다. 남자부의 경우 비록 초반이긴 하지만 지난 시즌 정규리그 서브성공이 세트당 0.685개인데 비해 이번 시즌에는 24일 현재 0.761개로 늘었다. 강서브가 늘어난 만큼 리시브는 더욱 힘들어졌다. 지난 시즌 리시브 성공이 세트당 12.179개에 비해 이번 시즌에는 10.097개로 줄어들었다. 서브부문 1, 2위에 오른 대한항공과 LIG손해보험이 나란히 팀 중간순위 1, 2위에 랭크돼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여자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 시즌 세트당 1.689개의 서브성공을 보였고 이는 지난 시즌(0.970개)에 비해 배 가까이 늘어난 개수다. 리시브 성공은 지난 시즌 세트당 8.830개에 비해 6.014개로 줄어들었다. 새 공인구 채택이 여자부에 특히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다.

지난 시즌 팀당 3∼4개에 그쳤던 서브에이스가 6∼7개로 늘어나 경기의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지난 3일 인삼공사-흥국생명의 여자부 개막전과 23일 흥국생명-도로공사전에는 경기당 20개씩의 서브에이스가 나와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지난 시즌 꼴찌팀(4승24패) 도로공사가 여자부 선두(3승1패)에 오른 것은 강서브에 힘입은 바 크다는 분석이다.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선수당 평균 7㎏씩 살을 빼는 강훈을 견뎌냈고 특히 서브 훈련을 집중 실시했다. 그 결과 지난 시즌 세트당 0.943개이던 서브득점이 이번 시즌에는 3개 가까운 2.500개로 늘어났다. 지난 16일 맞수 현대건설전에서 무려 14개의 서브득점을 올려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결국 반발력이 뛰어난 새 공인구의 채택이 여자부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셈이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