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로 스크린 복귀한 배우 하정우 “험한 산 내복 두르고 헤매… 내가 봐도 명장면”

입력 2010-12-24 13:10


‘추격자’ ‘국가대표’의 잇따른 성공으로 순식간에 흥행배우로 자리매김한 하정우(31)가 나홍진 감독의 신작 ‘황해’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22일 개봉한 ‘황해’는 초반 이틀 동안 24만여 관객을 동원하며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을 앞지르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3일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하정우는 영화 홍보 일정으로 바쁜 듯했다.

인터뷰 전 잠시 짬을 내어 순식간에 컵라면을 먹었다.

그는 “‘황해’가 지금 잘 되고 있다니 기쁘다”면서도 “지난번 ‘추격자’의 성공이 내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되도록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영화는 추격자 때 함께 했던 나홍진 감독님과 윤석이 형(김윤석)이 한다는 이야길 듣고 바로 출연을 결심했다. 영화를 고를 때 육체적으로 얼마나 힘들지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고 말했다. ‘추격자’에는 출연하지 않았지만 이번 영화에 합류한 조성하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머있고 편한 분”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황해’에서 그가 맡은 역은 연변에 살던 조선족 ‘구남’이다. 구남의 아내는 돈 벌러 한국에 갔지만 연락이 끊겼고, 구남은 도박을 하며 생활고에 시달리다 청부살인 제의를 받고 황해를 건너 한국으로 온다. 한국에 도착해 아내를 찾아보지만 여의치 않고, 타깃이 된 대학교수는 다른 사람에 의해 살해됐다. 그러나 구남은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에 쫓긴다. 절망과 외로움 속에서 심신은 서서히 메말라간다.

“구남이 살인을 결심하고 한국에 왔으면서도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건 일종의 면죄부를 줌으로써 관객들이 구남에게 더 잘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겠죠. 구남은 옛날 우리나라 남자들같은 순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피범벅이 되고 도망다니고 산을 타는 게 힘들지는 않았느냐’고 묻자 “저 스스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떠들고 다니는 게 좀 그래요. 저만 하는 고생도 아니고….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험한 산에서 내복을 두른 채 헤매는 장면은 내가 봐도 정말 좋다”고 했다.

그의 출연한 영화를 고르는 기준을 뭘까. “얼마나 얘기가 되는 영화인가, 캐릭터들의 행동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가 등을 봐요. 제가 할 수 있는 캐릭터인가, 저한테 어울리는가는 보지 않아요. 마음에 들면 무엇이든 일단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 그가 이제껏 작업했던 영화나 인물의 스펙트럼은 무척 넓다. ‘비스티보이즈’에서는 여성들을 상대로 일하는 호스트였고, ‘국가대표’에서는 스키점프 선수를 맡았다. ‘추격자’의 연쇄살인범 역에 캐스팅됐을 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 일반적이었지만 결국 대성공이었다.

“연기할 땐 혼자 튀려고 한다거나 극의 흐름을 벗어나는 애드립을 하지 않아요. 나를 드러내는 작업이 필요한 영화가 아니라면 영화 속 등장인물이 되려고 합니다. 이번에도 그랬고요.”

하정우는 어린 아이가 사춘기를 맞듯 자연스럽게 배우의 꿈을 키워왔다고 말한다. ‘김용건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는 이미 벗은 지 오래. 현재 그는 장혁·박희순 등과 함께 차기작 ‘의뢰인’ 촬영에 열중하고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