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동수] ‘올해의 책’선정 유감
입력 2010-12-24 17:48
책은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역사상 얼마나 많은 위인들이 양서(良書)를 통해 동기를 부여받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던가. 위대한 생애는 수많은 책과 교류하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올 한 해도 우리 사회엔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각 언론사와 대형 문고, 출판 관련 매체들은 연말을 맞아 독자들의 주목을 받은 ‘올해의 책’들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 리스트를 보면 인문사회과학서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여기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
‘정의란∼’은 지난 5월 출간 이래 현재까지 70만부 넘게 팔렸고, ‘그들이∼’는 지난 10월 말 국내에 깔린 이후 20만부 판매를 돌파했다. 문학서적이나 경제·경영·자기계발서가 주도해온 출판계에서 딱딱한 인문과학서가 이처럼 많이 팔린 것은 독서시장의 균형 발전이란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선정에 불공정성이 엿보인다. 이어령 교수의 ‘지성에서 영성으로’와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의 ‘하나님의 대사’가 빠진 것이 대표적이다. ‘지성에서∼’는 올 3월 발간이후 30만부 넘게 팔렸고 ‘하나님의∼’는 23만여부가 나갔다. 엄청난 부수다. 그런데도 올해의 책엔 거명조차 되지 못했다.
종교 관련 책은 아예 제외시켰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일본 승려 고이케 류노스케가 쓴 ‘생각 버리기 연습’은 16만부 정도 팔렸는데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것을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기독교 서적만 배제한 느낌이 짙다.
올해의 책 선정엔 여러 기준이 적용될 수 있지만 판매 부수가 가장 중요시돼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많이 팔리고도 종교적 내용을 담고 있다 해서 배제돼야 할 이유는 없다. 출판인들은 “신앙 서적이라도 10만부 판매를 넘으려면 해당 종교인뿐 아니라 일반 독자도 상당수가 구입해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지성에서∼’와 ‘하나님의∼’가 판매 돌풍을 일으킨 것은 크리스천뿐 아니라 비크리스천들도 많이 구입했기 때문이다. 일반 서적이 지적 허기를 채워준다면 신앙 서적은 영적 허기를 채워준다. 올해의 책 심사에 신앙 서적도 포함되는 것이 마땅하다.
박동수 선임기자 d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