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이순열 사무장, 국내 객실 여승무원 최초 3만 시간 비행 돌파
입력 2010-12-24 18:02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고요.”
국내 객실 여승무원으로는 최초로 비행 3만 시간 돌파 기록을 세운 대한항공 이순열(55) 사무장의 대기록 달성 소감은 겸손했다. 이 사무장은 23일 밴쿠버발 인천행 근무를 마치면서 3만 시간 비행을 돌파했다. 1978년 7월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후 32년5개월 만에 이룩한 대기록이다. 3만 시간 비행은 거리로 따지면 2650만㎞로 지구를 662바퀴나 돈 것이고, 하늘에 떠 있는 시간만 따져도 3년6개월이나 된다. 국내에선 이 사무장 이전에 남자 승무원 3명만이 이 기록을 갖고 있다.
이 사무장의 대기록은 특유의 성실함과 일에 대한 자부심 덕분에 달성될 수 있었다. 이 사무장은 선천적으로 비위가 약해 토사물 등을 보기만 해도 역겨웠다. 하지만 비행 중 체한 필리핀 여고생이 갑작스럽게 쏟아낸 토사물을 맨 손으로 받아내고 뒤처리를 한 이후 신기하게도 토사물을 봐도 전혀 냄새를 못 느껴 손쉽게 일을 하게 됐다. “구토물이 제 얼굴과 옷에 다 튀었을 땐 정말 정신이 아찔해지고 손님들 보기 부끄럽기도 했는데 이 일을 잘 해결한 덕분에 이후 편하게 일할 수 있었어요.”
대기록 뒤엔 꾸준한 자기관리도 한몫했다. 20년 동안 꾸준히 헬스장에 나가고 있으며 비행이 없는 날에는 5∼10㎞씩 조깅을 하는 등 하루 2시간 운동을 거르지 않고 있다. 그는 “우리 팀원들한테 누가 체력이 가장 좋은지 물어보세요”하며 웃었다.
이 사무장은 하늘 위에서 근무한 32년 동안 승객들의 태도와 비행 문화도 많이 변했다고 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땐 승객 대부분은 중동 가시는 근로자들이었어요. 승무원들을 마치 연예인 보듯 하고 어려워해서 저희들한테 부탁도 거의 안 했지요.”
대신 ‘내가 누구를 아는데 1등석 자리가 비었으니 보내 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승객이 종종 있었다고. 해외여행이 일상화된 최근에는 승객들이 승무원들에게 상냥하고 호의적으로 대하지만 대신 안전에 관련된 부분이 미흡하다고 느끼면 단호하게 항의한다고 한다.
그는 “스마트폰을 비행모드로 해두면 이착륙 시에 안 꺼도 된다고 생각하는 승객들이 많은데 어디까지나 전자기기인 만큼 꼭 꺼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비행기가 흔들릴 때도 ‘나는 괜찮다’면서 억지로 돌아다니는 승객들이 있는데 안전상 위험하니 승무원 지시에 잘 따라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이 사무장은 내년 8월 정년을 앞두고 있지만 언제나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여전한 현역이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