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리 전문가’ 이경재 박사가 아들에게 전하는 다이어리 활용 노하우

입력 2010-12-24 16:55


“시간을 쪼개 봐, 새해 꿈이 이뤄질 거야”

크리스마스다. 어젯밤 아버지들은 산타할아버지 대신 자녀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방문을 소리 없이 열었으리라. 더 이상 산타를 믿지 않게 된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들은 발소리를 죽이는 대신 목소리를 높였으리라. 새해를 앞둔 자식들에게 선물과 함께 덕담을 해주기 위해.

이달 중순 제대한 뒤 복학 준비를 하고 있는 이정우(23)씨도 22일 아버지에게 다이어리와 함께 앞으로의 생활에 나침판이 될만한 조언을 선물로 받았다. 이씨의 아버지는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이자 시간관리 전문가인 이경재(53) 박사. 한국리더십센터에서 운영하는 ‘성공을 도와주는 가게’(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부근)에서 아들과 함께 다이어리를 고른 이 박사는 “다이어리는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도구이므로 잘 활용해 삶을 알차게 꾸며보라”고 당부했다.

이 박사는 처음 다이어리를 쓰게 된 동기와 활용방법, 시간관리의 기본 원리 등을 정우씨에게 조근조근 설명했다. 이 박사가 다이어리를 처음 쓰게 된 것은 15년 전.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바쁜 일정에 쫓기다보니 아빠 노릇은 늘 뒷전으로 처졌다”면서 “시간관리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옆에서 빙긋이 웃는 정우씨에게 이 박사는 “초등학교 5,6학년 때쯤 아버지가 바뀐 것 같지 않았느냐”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다이어리가 시간관리에 효과적인 것은 확실한 모양이다.

이 박사는 “하루 중 1%의 시간을 계획 세우기에 할애하면 나머지 99%의 시간을 확실히 컨트롤 할 수 있다”면서 다이어리에 그날의 일정을 메모하고, 그 일의 우선순위를 세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라고 당부했다. 이 박사는 자신의 다이어리를 펴 정우씨에게 보여줬다. 하루 일정이 적혀 있었고, 그 옆에는 A1, A2, B1, → , ∨ 등의 표시가 잔뜩 있었다.

그날 일정을 우선 메모한 뒤 필수적인 것은 A, 중요한 것은 B, 선택적인 것은 C로 나눈 뒤 1,2로 효율성을 고려한 처리 순서를 정한 것이란다. →는 연기했다는 표시이고, ∨는 해결된 것을 뜻한다고.

이 박사는 “하루의 일과를 분류해서 메모하는 순간 결단하게 된다”면서 “스티븐 코비 박사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소개한 시간관리 매트릭스(표)를 아느냐”고 정우씨에게 물었다. 정우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박사는 “대장장이 집에 쓸만한 칼이 없다더니 내가 바로 그 모양새”라면서 수천 번 강의했는데 아직 아들에겐 못 들려 줬다고 안타까워했다.

코비 박사의 시간관리 매트릭스는 일정을 4사분면으로 나눠 표시한 것이다. Ⅰ사분면은 중요하면서도 긴급한 일, Ⅱ사분면은 중요하지만 긴급하지는 않은 일, Ⅲ사분면은 중요하진 않지만 긴급한 일, Ⅳ사분면은 중요하지도 긴급하지도 않은 일이다. Ⅰ은 생존에 관련 된 일로 관리할 대상이며, Ⅱ는 소중한 가치와 관련 된 일로 집중해야 할 사항이다.Ⅰ의 아래쪽에 있는 Ⅲ은 거절하지 못해 잡은 약속 등 중요하지 않은 데도 중요한 것처럼 보이는 일로, 최소화해야 하는 일들이다. Ⅳ는 지나친 TV 시청 또는 게임하기 등 시간만 낭비하는 일로 피해야 할 사항들이다.

이 박사는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기는 바로 Ⅱ에 속하는 일로,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아 자칫하면 뒤로 미뤄두게 되는 것”이라면서 “다이어리를 통해 시간관리를 제대로 하면서 Ⅲ,Ⅳ에 빼앗기는 시간을 줄여 아이들과 얘기도 하고 놀아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번 주말에는 차분히 앉아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가치기준을 분명히 한 다음 매일의 일과 속에서 그 가치를 기준 삼아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나가보라”고 정우씨에게 당부했다. ‘예’라고 힘차게 대답하는 아들을 향해 다시 한마디 하는 이 박사. “가치기준을 생각할 땐 우선 명사형으로 하고, 그 중에서 필요 없는 것은 버린 다음 동사형으로 바꿔 봐라. 그렇게 해서 가치기준을 세운 뒤 적어도 3개월에 한번은 점검해봐야 한다.” 어느새 아버지를 마주볼 만큼 훌쩍 자란 아들이 새삼 대견한지 이 박사는 어깨를 토닥였고, 정우씨는 아버지의 따뜻한 격려에 얼굴이 환해졌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