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방송계 돌아보면… 드라마·예능 ‘감동 한아름’, 시사·교양 ‘자율성 논란’

입력 2010-12-24 17:43


올 한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은 노력하는 사람들의 성공담을 전하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반면 시사교양 분야는 제작진과 경영진 간의 갈등 등 방송 외적인 문제로 시끄러웠다.

한 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KBS 2TV ‘제빵왕 김탁구’였다. 평균시청률 36.7%에 최종시청률 49.3%를 기록한 이 드라마는 불우한 가족환경과 극심한 가난에도 불구하고 제빵업계 최고의 경영자로 우뚝 선 김탁구의 인생을 그렸다. 지난 7일 38.2%의 시청률로 막을 내린 SBS ‘자이언트’도 성실하고 진실한 주인공 이강모가 한강건설 창업주로 성공하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면서 시청자에게 감동을 안겼다.

예능·오락 분야에서도 꿈과 감동을 강조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었다. 대표적인 게 케이블채널 엠넷의 ‘슈퍼스타K2’다. 134만명의 가수 지원자 중에 여러 관문을 뚫고 최종 우승자가 된 사람은 환풍기 수리공 출신의 20대 중반 청년 허각이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가수란 꿈을 포기하지 않은 허각의 성공 스토리는 ‘공정사회’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았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마지막회 시청률이 20% 가까이 도달하며, 케이블 채널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렸다.

지상파 채널 중에서는 KBS 2TV의 ‘남자의 자격’이 33명으로 구성된 ‘남격 합창단’을 결성해 음악을 통한 감동을 선사했다. 단원들이 연습을 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노력하는 모습은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 합창단을 지휘했던 박칼린 감독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한편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제작진과 경영진의 갈등으로 방송이 보류되거나 아이템이 누락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면서 ‘제작 자율성’의 문제로 시끄러웠다.

지난 8월 17일 방송이 예정됐던 MBC ‘PD수첩-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은 방송을 불과 2시간 앞두고 경영진과 제작진의 이견 때문에 불방 됐다. 김재철 MBC 사장의 사전 시사권을 놓고 경영진과 제작진이 대립했기 때문이다.

KBS ‘추적60’분도 제작 자율성의 범위를 둘러싸고 여러 차례 경영진과 제작진 간의 갈등이 표출됐다. 지난 8월 제작진이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존재 발언’ 동영상을 입수했으나 고위층이 제동을 거는 바람에 방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11월에도 ‘천안함 의문, 논란은 끝났나’ 편의 방송 내용 수정을 놓고 제작진과 경영진이 갈등을 빚어 불방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 지난 8일 방송예정이었던 ‘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 편도 낙동강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방송 하루 전 방영이 연기된 후 2주 만에 전파를 탔다. KBS 새노조와 진보적 시민단체들은 경영진의 이와 같은 결정에는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외압설을 제기했고, KBS 측은 이를 부인하는 등 논란이 지속됐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