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WTO 공약 왜 안지키나”… 후진타오 주석 訪美 앞두고 연일 통상 공세 수위 높여

입력 2010-12-24 17:25

미국이 최근 들어 연일 중국을 향해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내년 1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이 양국 간 마찰을 빚고 있는 일부 통상 현안에 대해 중국 측을 압박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3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이행에 관한 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할 당시 제시한 시장개방 약속 등 일부 주요 공약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은 22일에는 풍력발전설비 보조금과 관련해 중국을 WTO에 제소했었다. 제소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중국에 강력한 경고성 보고서를 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USTR은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미국 업체들에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과도하고도 교역 자체를 왜곡시키는 개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올해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들의 지원에 상당한 재원을 쏟아 부으면서도, 원산지가 다른 국가 제품과 외국 서비스 제공업체들에는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했다고 비판했다.

USTR은 이어 현재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WTO 회원국인 중국에 지속적인 혜택을 부여해왔다고 전제하며, 중국 정부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압박에 대해 중국 정부는 유감을 표시했다. 중국 상무부는 풍력발전 설비업체의 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미국의 WTO 제소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성명에서 “풍력발전을 개발하기 위한 중국의 관련조치는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배출 감축, 환경보호에 기여하고 있다”며 “동시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구현하는 중요한 조치로써 WTO 규정과도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중국의 대미 수출은 1533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미 의회에는 중국 위안화를 겨냥한 환율제재법안이 계류 중이다.

일부 언론들은 양국 간 통상 마찰 문제를 부각시켜 다음 달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의 ‘성의 있는 답변’을 끌어내려는 미 행정부의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측은 후 주석의 방미 때까지는 가급적 양국 간 통상 마찰이 일어나는 걸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양국의 통상 마찰은 지난 11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환율 문제가 일단 봉합됨으로써 가라앉았으나, 어느 때라도 불거질 소지가 많은 상황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