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영화계… 스크린 점령한 스릴러, 여배우는 ‘보일락 말락’
입력 2010-12-24 17:28
‘장르 편중 현상이 심화됐다’ ‘전성기는 이미 지났다’는 자조 속에서도 올해 1억3347만(1∼11월 기준,영화진흥위원회) 관객 중 한국 영화는 점유율 46%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영향력 확대와 투자 기근이라는 해묵은 난제는 여전했고, 영진위장은 영화인들로부터 몇 달 동안 사퇴압력을 받다가 물러나는 소동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한 해 동안 지속된 스릴러 열풍=올 한 해 영화계를 정의할 수 있는 단어는 ‘스릴러 광풍’이다. 2008년 나홍진 감독의 데뷔작 ‘추격자’가 거둔 눈부신 성공의 여파로, 한동안 화제작이라고 불릴 만한 한국 영화 중에 액션·스릴러물 아닌 것이 드물었다.
강동원 송강호가 주연한 ‘의형제’, 원빈이 전면에 나선 ‘아저씨’, 강우석 감독의 복귀작 ‘이끼’ 등 박스오피스를 점령한 한국 영화들은 거의 모두 스릴러였다.
하반기 들어서 사정이 약간 나아졌지만 스릴러물의 강세가 지속된 것은 마찬가지. 한국 영화의 관객들이 곧 스릴러 영화의 팬인 건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업계에서는 한 가지 장르가 히트하면 같은 종류의 영화에만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구조를 지적한다. 검증된 감독, 검증된 배우, 안전해 보이는 시나리오에만 투자자들이 주목하다보니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영화사 비단의 김수진 대표는 이와 관련, 21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영화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투자자들이 안전한 작품에만 투자하고 영화 개봉이 늦어지면 이자 지급을 요구하기까지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작된 편수 자체가 많다보니 영화 내외적인 성취를 이룬 스릴러도 여럿이다. ‘아저씨’는 ‘새로운 한국형 액션’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0년 최고의 핫이슈가 되었고, ‘의형제’는 강동원의 가치를 재확인했다. ‘악마를 보았다’는 대중문화에 허용되는 폭력성의 수준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여배우 실종=스릴러 열풍 속에서 갈 곳을 잃은 건 여배우들이다. 원톱으로 나서 호연한 여배우도 없지 않았고, 그들의 주연작 중 미학적·영화적으로 빼어난 작품도 여럿이었다. 그러나 여배우만을 내세운 영화가 상업적으로 먹히기는 어려웠던 한 해였다. 스릴러 영화들은 여배우 없이도 흥행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같은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여배우 실종이라는 현실 속에서도 몇몇은 보석처럼 빛났다. ‘시’의 윤정희나 ‘하녀’의 전도연은 톱스타의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고, ‘이끼’의 홍일점으로 열연을 펼친 유선도 박해일과 정재영에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조금만 더 가까이’ ‘옥희의 영화’ ‘카페 느와르’ 등 예술영화로 분류되는 작품들에 꾸준히 출연한 정유미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서영희 역시 2010년 영화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3D영화 열풍=할리우드에서 시작된 3D 열풍은 국내에도 휘몰아쳤다. 연초 ‘아바타’가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사상 최다 관객동원 기록을 세운 이래, ‘슈렉 포에버’ ‘토이스토리3’ ‘스텝업’ ‘트론’등 숱한 3D 영화들이 잇따라 들어왔다.
충무로의 3D기술은 할리우드에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다. 그러나 영진위는 기술·인력개발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