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 ‘교갱협’ 이끄는 서현교회 김경원 목사

입력 2010-12-24 17:46


김경원(63) 서울 서현교회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내 개혁세력의 수장이다. 2007년부터 교단 개혁을 위한 메시지를 내놓고 실천에 옮기는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이하 교갱협) 대표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김 목사로부터 교단 개혁과 목회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9월 총회에서 제비뽑기 제도가 유지됐습니다. 금권 타락선거를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2001년 교갱협이 주축이 돼 만든 제비뽑기로 교단 리더십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다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10년 전 옥한흠 목사님과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던 이유는 딱 한 가지였어요. 교단 임원 선거에 너무 많은 돈을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패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제비뽑기였습니다. 사실 제비뽑기는 언젠가 바뀌어야 하는 제도라 생각해요. 인물 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때론 실망스러운 지도자가 나온 적도 있지만 바람직한 경우도 있었거든요. 제비뽑기가 100% 잘못됐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이 있습니까.

“교단의 문제는 덩치가 너무 커서 컨트롤이 안 된다는 데 있습니다(참고로 예장 합동은 1만1350여개의 교회, 2만8000여명의 목회자가 소속돼 있다). 지역 대회제로 가야 한다고 봐요. 총회는 2∼3년 단위로 신학적인 중요 문제를 다루고 일반 정치는 지역 대회에서 해결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장 합동이 연합사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큽니다.

“교단 분위기가 보수적이다 보니 연합활동에 소극적인 성향이 아무래도 강했습니다. 더 본질적으론 교단 연합에 필요한 인물을 키워내지 못한 결과입니다. 교권을 쥔 분들이 그런 일을 할 만한 인물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못한 거죠.”

-1000여명의 목회자가 가입된 교갱협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교단 내에서 ‘좋은 말은 많이 하는데 실천이 없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교갱협의 목표는 목회자 갱신운동에 있습니다. 즉 정치적인 파워를 행사하는 단체가 아니라는 말이죠. 그런 소리조차 없었으면 교단의 상황은 더 나빠졌을 것입니다. 그러다 2∼3년 전부터 바깥에서 소리만 낼 게 아니라 현장에 들어가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1996년 교갱협을 세운 옥한흠 목사님 이야기 좀 해 주시죠.

“옥 목사님은 다른 목회자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장점이 있었어요. ‘하나님 앞에 바른 목회자가 되어야 한다’며 처절하게 몸부림쳤던 분이셨습니다. 현상에 안주하지 않고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소천하신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저나 임원들의 상실감이 커요. 버팀목이 없어져 상당히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힘이 약해진 것은 아닙니다. 교갱협의 ‘스피릿’은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지기에 목회자를 일깨워 하나님 앞에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목표입니다.”

-서현교회 목회 이야기 좀 해 주시죠.

“32세이던 1980년 600명이 모이는 서현교회에 담임목사가 되었어요. 당시 동기들이 대부분 개척을 하거나 부목사를 맡고 있었기에 ‘빅뉴스’였죠. 전임 목사님이셨던 박경남 목사님은 원래 경북 하양의 고향교회 목사님이셨어요. 제 집안 내력은 물론 진주에서 3년간 목회하던 모습을 모두 보고 계셨더라고요. 어느 날 서울 서현교회 부목사로 오라고 하시더니 몇 달 지나지 않아 저를 후임으로 세우겠다고 선포해 버리셨어요. 그땐 정말 저도 놀라고 교인들도 놀랐죠. 지금은 서교동 전통적인 주택가에서 1600여명이 모이는 중대형 교회로 성장했습니다.”

-목회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요.

“30대에 담임목사를 맡고 나니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그래서 존경할 만한 선배 목회자를 많이 찾아다녔어요. 결국 ‘목회란 하나님의 은혜로 하는 것이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죠. 수십 년 목회를 하고 보니 목회의 성공 여부는 프로그램이나 어떤 기술적인 면에 달려 있는 게 아님을 알게 됐어요. 그저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며 예배 잘 드리고 잘 가르치고, 성도들이 열심히 모이고, 지역사회를 섬기다 보면 부흥되는 것 같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면 되는 거죠.”

-정치와 거리가 멀 것 같은 분이 신학교에서 20년 넘게 교회정치와 행정을 가르치셨습니다.

“교회정치는 지금의 교단정치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교회정치는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우선 권모술수가 없어야 하고 바른 방법으로 가야 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는 잘못된 정치죠. 부패한 인간이 하다보니 삐딱하게 나아가는 것뿐이죠.”

-명예를 추구하는 목회자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죠.

“목사들에겐 자기절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옥 목사님을 보세요. 그분은 사심을 철저하게 내려놓으신 분입니다. 그 흔한 기관장이나 총회장 한번 지내지 않아도 한국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셨잖아요. 총회장 1년 한다고 해서 뭐 그리 대단합니까. 성도들은 목회자가 명예가 아닌 목양에 충실하길 바라요. 한 번 더 심방해 주고 설교에 충실해 주고 교회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고 전화하고 만날 수 있는 그런 친근한 목회자 말입니다.”

-후배 목회자들에게 충고해 주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소명에 충실하라는 겁니다. 목회자는 매일 ‘내가 왜 목사가 되었는가’ ‘하나님이 나를 왜 목사로 세우셨는가’에 답해야 합니다. 둘째는 거룩성을 잃지 말라는 겁니다. 거룩성을 잃지 않기 위해선 말씀과 기도생활에 충실해야겠죠.”

교단 갱신운동을 펼치며 아무리 강단이 있는 목회자라 할지라도 이단세력의 무서움은 피해갈 수 없었나보다. 당회장실 앞과 사무실 문에 ‘신천지 추수꾼(이단) 출입금지’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이렇게 해놓으면 신천지가 침투했을 때 주거침입으로 쫓아낼 수 있다”며 웃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