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경기 파주시 파주읍 백진규 군] “어떻게 키운 소인데… 구제역 막기 안간힘”
입력 2010-12-24 17:50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백석3리 고모 백모씨(58)네 젖소 농장에서 5년째 동생들과 같이 살고 있는 백진규(17)군은 요즘 이웃 마을에서 발생한 구제역을 막기 위해 축사를 청소하고 소독하는 일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구제역 때문에 고모네 농장이 폐쇄되면 남동생 둘, 여동생 셋 등 진규군의 6남매는 추위에 떨면서 끼니 걱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위에서는 ‘진규 또래에 6남매인 것’과 ‘친정조카 여섯 명을 고모가 맡아 키우는 것’ 두 가지 모두 요즘 보기 드문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남 진규가 세경고등학교 자동차시스템과 2학년이고 여동생 연희는 같은 학교 건축디자인과 1학년이다. 진이는 중학생이고 진호도 내년에 중학생이 된다. 주호는 초등학교 2학년이고 막내 윤재는 여섯 살이다.
6남매는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널찍한 거실에서 주로 생활한다. 친정 조카들을 보살필 수밖에 없게 된 고모는 버섯 재배사를 개조해 널찍한 거실과 방 2칸을 꾸렸다. 이 농장에는 결혼한 고종사촌 누나(37)와 매형, 노총각 형(35), 고모와 고모부 등 11명이 어울려 산다. 하루에 쌀 반 말씩 밥을 지어도 모자랄 정도다.
진규 아버지는 자식들을 잘 키우려는 욕심에 이런저런 사업을 벌이다 빚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자 행적을 감춰 버렸다. 고모네 농장 일을 거들며 혼자 힘으로 아이들을 키우던 어머니도 홀연히 떠나버렸다. 당시 진규는 중학교 1학년, 막내는 첫 돌을 지낸 아기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머니는 법적으로 이혼해 호적까지 정리한 상태였다.
이 같은 사정을 알게 된 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 봉사단이 지난 7월 오래 비워둬 피폐해진 진규네 집에 보일러를 새로 놓고 장판과 벽지를 교체하는 등 수리를 해줬다.
고모와 고모부의 보살핌으로 아이들도 훌쩍 컸고 66㎡(20평)짜리 슬래브 구조인 진규네 집도 제 모습을 찾은 것 같아 독립시키려 했다. 그러나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이들에게 지원되는 정부보조금으로는 연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고모네 농장으로 다시 돌아가서 겨울을 나고 있다.
진규는 소똥을 치우는 등 농장 일을 척척 해낸다. 연희가 동생들이 입던 옷을 빨래하는 동안 진이는 집안 청소를 하는 등 저마다 제 몫을 다한다.
고모 백씨는 “젖소 30여 마리를 키우는 농장을 잘 지켜야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이나 먹일 수 있다”면서 “취업반이 되는 진규부터 진로를 잘 찾아야 할 텐테 걱정”이라고 말했다.
파주=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
■후원금 접수합니다
△국민은행: 054-25-0002-441
463501-94-200225
△제일은행: 279-10-044243
△우리은행: 109-05-098191
△외환은행: 071-13-09980-6
△농협: 069-01-227966
△신한은행: 100-005-413074
100-007-138075
△하나은행: 376-810001-73004
△기업은행: 021-000017-01-013
(예금주: 국민일보)
■문의: 국민일보 사업국 02-781-9216
어린이재단 모금사업본부 02-775-9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