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한국관광공사 ‘나눔의료’ 인공 달팽이관 수술 받은 몽골 바상 양

입력 2010-12-23 19:37


23일 오전 11시쯤 서울 화양동 건국대병원 12층 병실. 몽골에서 온 오윤 자르갈(26·여)씨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딸 바상 자르갈(5)양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하얀 붕대가 아이의 오른 쪽 귀를 덮고 있다. 붕대가 덮인 볼이 마비된 듯 표정이 딱딱했다. 하지만 해맑은 웃음은 떠나지 않았다.



선천성 청각장애를 앓던 바상양은 건국대와 한국관광공사가 마련한 ‘나눔의료 프로젝트’ 무료 수술 대상자로 선정돼 지난 21일 수술을 받았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오윤씨는 “솔롱고스(무지개의 나라) 한국에서 받은 성탄의 기적”이라고 했다.

바상양은 2005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700㎞ 떨어진 볼강 지역에서 다시 12㎞를 더 들어가야 나오는 시골 마을 ‘오르홍’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가족은 말 양 염소를 키우는 유목민이다. 엄마는 드넓은 초원을 뛰어 다닐 아이 모습을 그리며 젖을 물렸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아이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손뼉을 쳐도, 음악을 크게 틀어도, TV 화면을 요란하게 바꿔 봐도 미동하지 않았다.

오윤씨는 아이를 엎고 몽골 전역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2008년 가축을 모두 팔아 중국의 병원을 다녀왔다. 아이가 날 때부터 달팽이관에 문제가 생겨 한 번도 소리를 느껴본 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 다행히 인공 달팽이관을 달면 치료는 가능했다. 하지만 병원비가 우리 돈으로 4000만원이나 했다. 유목생활로는 감당이 안 됐다.

2008년 오윤씨에게도 병이 찾아왔다. 스트레스로 대장에 염증이 생겼다. 지난해 초 지칠 대로 지친 남편마저 떠났다. 오윤씨는 말하는 법을 몰라 울고 짜증을 내는 딸을 보는 게 가장 힘들었다. “아이의 성격이 밝아요. 옷을 가져다주면 알아서 입고 밖에서도 잘 놀아요.” 그녀는 아이의 환한 미소를 보며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다졌다.

포기하지 않은 삶이 기적을 만들었다. 지난해 울란바토르의 한 방송국 프로듀서가 사연을 듣고 모금을 시작했다. 수술비를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움직일 힘은 됐다. 엄마는 도움 청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 말 한국에서 날아 온 낭보는 그녀가 일궈 낸 결과였다.

“아이가 회복되면 말하는 법부터 하나씩 가르쳐 주고 싶어요. 무엇보다 오늘 일을 알려줄 겁니다. 우리가 받은 기적 같은 일을 항상 지니고 살라고요. 아이가 크면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며 살도록 할 겁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