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은 없다” 자신만만한 오바마

입력 2010-12-23 18:35


“메리 크리스마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오후 활짝 웃으며 기자들에게 성탄 인사를 건넸다. 이날 상원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과제였던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이 비준됐고, 대선 공약인 동성애자의 군복무 허용 법안도 통과됐다. 미셸 오마바가 강조해 온 학교급식 개혁법도 이미 채택됐다.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완패해 맥을 못 출 거라는 전망과 달리 괜찮은 성적표를 거둔 셈이다.

◇레임덕은 없다=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맞은편 아이젠하워 행정건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이 약해지는 현상)은 없다”고 선포했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선거 뒤 이처럼 생산적인 정치가 이뤄진 때가 없었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에 취임한 후 2년간 역시 “우리 세대에 가장 생산적인 2년이었다”고 규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에 새로 구성되는 공화당 중심의 의회에서도 초당적 협력을 끌어낼 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은 레임덕을 초래하는 게 뭔지, 나와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의 책임도 눈여겨보고 있다”면서 “레임덕 세션에도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신념을 지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 재시동=새 START 비준과 동성애자 군복무 허용 등 오바마 대통령이 거둔 승리는 앞서 고소득자의 세금 감면을 연장해야 한다는 공화당의 주장을 받아들인 덕분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부유층 감세 철폐를 다시 제기하고, 상원에서 부결된 이민개혁법안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예상되는 공화당의 반발에 맞서 그는 “경기회복을 넘어 경제 부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청정에너지와 생명의학 등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교육과 투자를 확대하고 동시에 재정 적자를 줄여야 한다”며 “새해엔 이 같은 점을 강조하면서 논쟁을 벌이겠다”고 정면승부를 다짐했다.

드림액트(Dream Act·꿈의 법)라 불린 이민개혁법안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미국에서 자란 청소년들에게 대학 진학을 위한 영주권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국의 불법체류 청소년들이 편지를 보내왔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해 가슴 아프다”면서 “드림액트 제정은 최소한의 조치”라며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일주일 전만 해도 ‘성탄 휴가도 가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졌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끝내고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휴가를 떠났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