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KBS 사장 “평범한 사람들이 받은 감동대상, 가슴 찡”
입력 2010-12-23 21:49
KBS는 23일 저녁 다소 낯선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올 한 해 동안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안겨준 대표적인 이들을 선정해 시상하는 ‘2010 KBS 감동 대상’이 그것이다. 오후 7시10분 서울 여의도 KBS 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시상식의 주인공들은 연말 각 방송사가 쏟아내는 시상식에서 흔히 보아왔던 가수, 탤런트 등 연예인들이 아니었다. 6개 부문 중 최고상인 대상은 2001년부터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펼치다 지난 1월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이태석 신부에게 돌아갔다. 지난 4월 ‘KBS 스페셜’을 통해 방송된 이 신부의 사연은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로 재탄생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봉사상은 천안함 실종장병을 수색하다 순직한 고(故) 한주호 준위, 특별상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3관왕 박태환 선수와 KBS 해외 봉사 프로그램 ‘희망로드 대장정’ 제작팀이 수상했다. 희망상은 시각장애인 최초로 지상파TV MC로 활동하는 심준구씨와 두 손을 모두 잃고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차게 살아가는 ‘인간극장’의 주인공 김호규씨가 각각 차지했다. 가족상은 6명의 아이들을 입양하고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함께 신장을 기증한 김상훈·윤정희씨 부부, 나눔상은 해외 의료봉사활동을 벌이는 오산고 동창 봉사모임에게 돌아갔다.
올해 처음 실시된 ‘KBS 감동 대상’은 지난 10월 김인규(60) KBS 사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방송을 3시간가량 앞두고 KBS 본사에서 만난 김 사장은 “연말이 되면 연기대상이다, 연예대상이다 하면서 연예인 위주로 상을 주는데 그런 것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드라마나 예능도 좋지만 정말 짙은 감동은 다큐멘터리나 뉴스에서 나온다는 생각에서 감동 대상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평소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는 데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 찡한 사연들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다”면서 “앞으로 다큐멘터리 등을 강화하고, 감동과 희망을 주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찾아 시상하는 프로그램도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낙하산 논란’ 속에서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 사장은 KBS의 여러 변화를 주도했지만 정권과 너무 코드를 맞추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KBS는 최근 4개강 문제를 다룬 ‘추적60분’이 경영진의 제동으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방송된 것과 관련, 외압 논란에 휩싸여 있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그건 제작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라는 뜻이었지 외압은 아니었다. 프로그램은 개인이 만드는 게 아니다. 게이트 키핑(뉴스를 취사, 선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