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이 유감 표명”… 어선 침몰 수습도 고자세

입력 2010-12-23 21:17

한·중 정부가 중국 어선 침몰 사고에 따른 갈등 진화에 적극 나섰다.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측과 여러 채널을 통해 협의하고 있다”면서 “협의 과정에서 양국 간 우호관계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양국이 냉정을 유지하면서 이 문제가 신속하고 타당하게 처리되도록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 측과 소통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에 여러 차례 유감을 전달해오면서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양측은 또 이번 사고로 사망한 중국인 선원 시신 운구와 체포된 선원 3명의 신병처리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나포 중인 중국 어선 5척의 처리와 불법 어로 근절을 위한 대책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중국의 태도는 지난 21일 한국 측에 사고 책임을 떠넘기면서 책임자 처벌과 피해 보상을 요구하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톤다운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제시한 증거가 분명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렇더라도 중국이 그간 견지해 온 고자세 외교에서 후퇴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외교 전략상 불이익이 상당할 것을 우려한 측면이 짙어 보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의 동북아 전략은 일본과는 대립각을 세우면서 패권 경쟁을 벌이지만 한국과는 일정 부분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방향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등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서 한국과 대립했기 때문에 ‘확전’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국 갈등은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곳곳에 암초가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김 대변인은 “일반 국민의 감정적 반응을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데 (양국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쪽에서 어민 사망이라는 감정적 요소와 애국주의가 결합할 경우 반한 감정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인천 해양경찰청에서 열린 57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정당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우리의 해양주권을 수호한다는 차원에서 불법 조업 등의 행위는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한·중 양국 정부가 사태 확산을 막으려는 물밑 움직임 와중에 나온 발언으로 국내 여론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로서는 중국 어선의 불법 행위가 명백한데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가 자칫 ‘굴욕 외교’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북한을 일방적으로 편들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중국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 네티즌들은 “중국은 막가파” “대국다운 면모를 보여라” 등 격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도경 기자, 이동재 선임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