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해 넘기는 韓銀 금통위원 공석
입력 2010-12-23 18:23
8개월째 비어있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에 대한 인사가 해를 넘기게 됐다.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 등 주요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24일 임기를 마친 박봉흠 전 금통위원의 후임이 결정되지 않아 7명이 정원인 금통위원 중 1명이 공석인 상태가 만 8개월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역대 최장 공석이다. 후임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한상의 거시경제팀 손영기 팀장은 “내부에서 계속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민간 기관의 추천은 사실상 청와대가 좌우하기 때문이다. 즉, 청와대가 8개월이 되도록 금통위원을 고르지 않았다는 게 정답이다.
금통위원 1명의 부족은 단순한 숫자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한은 통화정책의 중립성이 보장받지 못하는 점을 의미한다. 한은법에 따라 7명 중 과반인 4명의 의사가 일치하면 기준금리가 결정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6명인 경우에는 과반이 아닌 적어도 4명이 찬성해야 금리변경이 가능하다. 한은 부총재가 총재의 뜻을 주로 따른다는 점에서 6명 체제는 총재 의중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금통위원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한은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한은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대통령이 정치적 고려사항 등을 이유로 통화정책을 집행할 금통위원을 8개월간이나 선임하지 않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한은의 현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