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2가지 의문
입력 2010-12-24 00:33
현대그룹이 22일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에서 빌린 1조2000억원이 브리지론(임시차입금)임을 밝히면서 두 가지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하종선 현대그룹 사장이 말한 대로 정말 브리지론은 인수·합병(M&A)시 일반적인 수단일까. 한 시중은행 M&A 담당 임원은 23일 “M&A는 모든 상황이 다 달라 정답이 없다”면서도 “브리지론을 빌려온 경우는 물론 대출확약서만 가져가도 자금조달을 증빙하는 경우가 지금까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M&A전문가는 “총자산이 33억원밖에 안 되는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이 1조2000억원을 차입해 자기자금 성격으로 신고한 것은 일반적인 관행을 감안해도 너무 석연치 않다”며 “이런 경우 브리지론일지라도 실현가능성을 점검해 감점을 더 하는 식으로 채권단이 조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브리지론이 종종 인정돼 왔던 관행과 이번 현대그룹이 1조2000억원을 ‘급전’으로 차입한 것을 동일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에 대해 입찰규정을 악용한 ‘꼼수’라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또한 현대그룹은 채권단에 나티시스은행의 대출계약서 제출을 거부하다가 왜 법원에는 제출하겠다고 한지도 의문이다.
23일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채권단의 계약서 제출 요구를 현대그룹이 거절한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다. 첫째는 매각 실패의 귀책사유 소재에 대한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이 강경 일변도로 입장을 바꾼 상황에서 현대그룹으로서는 계약서를 제출한다고 사태가 종결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도 “입찰안내서는 물론 MOU상에도 ‘합리적인 부분’이라고만 돼있을 뿐 구체적인 서류가 명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채권단이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것에 대해 굳이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채권단 내부에 부정적인 기류가 대세인 상황에서 계약서 제출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미 ‘끝난 게임’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한편 현대건설 퇴직 임직원 모임인 현대건우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현대건설의 인수 건과 관련해 채권단의 결정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건우회는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이번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채권단은 현대차와 조속히 매각절차를 진행해 모두가 상생하고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