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START 비준 안팎… 핵무기 없는 세상 탄력 北·이란 압박 효과

입력 2010-12-23 18:17


미국 상원이 22일(현지시간) 비준한 러시아와의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은 20년 만의 최대 감축 규모라는 평가다. 이로써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상’ 구상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핵 개발 야욕을 드러내고 있는 북한과 이란을 압박할 수 있는 명분도 확보한 셈이다.

◇20년 만의 최대 감축=새 START는 우선 양국이 실전배치하는 전략 핵탄두 수를 1550개로 제한했다. 2002년 미·러시아가 체결한 전략공격무기감축협정(SORT)의 배치 한도인 2200개에서 약 30% 감축한 규모다.

실전배치 여부와 관계없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폭격기 등 핵탄두 운반체도 기존 1600기에서 800기 이하로 규정했다. 또 800기 가운데 700기만 실전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700기는 1991년 체결된 ‘START 1’의 절반 수준이다. ‘START 1’은 지난해 말 협정 시한이 만료됐다.

‘START 1’의 최대 약점으로 꼽혀온 감축이행 검증 방안도 명시됐다. 양국은 매년 예고 없이 10차례 상대방의 ICBM과 잠수함, 공군 기지를 조사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실전배치되지 않은 전략 핵탄두 저장고를 매년 8차례 조사할 수 있다.

재래전 용도의 파괴력이 약한 전술 핵탄두 수는 제한하지 않고 있다. 핵무기 관련 전문지 ‘핵과학자 블레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략 및 전술 핵무기를 모두 합쳐 1만2000개 보유하고 있고, 미국은 9400개 정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 START가 러시아 의회의 비준 절차까지 거칠 경우 향후 10년간 효력을 갖게 된다. 양국 합의에 따라 5년 연장도 가능하다. 집권당인 러시아연합당이 하원인 ‘두마’와 상원인 연방의회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러시아 의회의 비준은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 북한·이란 압박 높일 듯=미국의 새 START 비준은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상’ 구상에 구체적인 성과물을 채워줬다. 또 중동 평화와 한반도 문제 등에서 성과물을 내지 못해 왔던 외교 분야에서의 업적으로도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러시아와 전술핵무기 감축 협상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향후 10년간 핵군비 현대화에 800억 달러 투입에 이어 5년간 추가로 41억 달러를 투입하는 구상도 실현 가능하게 됐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이 ‘핵 이니셔티브’를 다시 잡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인 군축 흐름을 주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을 강행하는 북한과 이란에 고강도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 상원은 7257억 달러(약 834조원) 상당의 2011 회계연도 국방예산안도 이날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될 1593억 달러 상당의 해외 전쟁 비용도 포함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