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생선?… 교민돈 10억대 빼돌린 한국계 美변호사 구속
입력 2010-12-23 18:21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3일 미국 영주권을 조기 취득하려고 현지 사업체나 부동산을 인수하려는 교민들의 투자금 1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로 미국 Y법무법인 대표변호사 유모(53)씨를 구속했다.
유씨는 지난 3월 교민 조모씨가 뉴욕주의 영어학원을 인수하기 위해 에스크로(ESCROW) 계좌에 예치한 자금 40만달러(약 4억6000만원)를 빼돌리는 등 지난 2007년부터 교민 10여명이 맡긴 자금 100만 달러(약 11억5000만원)를 횡령한 혐의다. 유씨는 2007년 지인들과 온천 개발사업을 시작한 뒤 자금이 부족하자 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에스크로는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신용관계가 불확실할 때 제3자가 이를 중개하는 금융 서비스다. 제3자는 부동산거래의 경우 매수인에게 계약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시킨 뒤, 세금체납이나 매매대금 지급 여부 등을 확인하고 매도인과의 거래를 대신 진행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은행만 에스크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미국에서는 법무법인과 보험회사 등도 에스크로 영업을 하고 있다.
금융사고를 막으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지만 유씨는 계좌가 자신의 명의로 등록돼 있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에스크로 서비스는 매수인의 자금을 임시 보관하는 중개업체가 마음대로 돈을 유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