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끄러운 美·中… ‘한반도’ 등 쌓인 난제 풀기 담판
입력 2010-12-23 21:20
내년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은 주요 2개국(G2)의 미래를 규정하는 중요한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양국은 안보와 경제 부문에 있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여 왔다. 양국은 거의 노골적으로 상대방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양국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두 정상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한반도 문제 이견=양국 간 가장 큰 현안은 한반도 문제다. 천안함 사태에 이어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연평도 포격 등 북한 이슈에 있어 미·중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초 후 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이 북한을 방치해 연평도 포격이 이뤄졌고, 더 이상 그런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전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으며, 대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다. 사실상 6자회담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6자회담 불가론’을 강조하고 있는 건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가급적 다루지 않겠다는 의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남북 모두의 자제를 촉구하고 있고, 미국은 한국 입장을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다”며 “미·중 정상들의 한반도에 대한 인식차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한반도 이슈와 관련, 양국 정상 간 만족할 만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양국 정상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에 대해 상당한 강도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핵 확산 방지를 가장 우선시해온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우라늄 시설에 대해 중국과 어떤 해결 방안을 찾을지 주목된다.
후 주석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속내를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고,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현안들=위안화 환율, 남중국해 해군력 충돌, 희토류 문제 등이 양국 간 불거지고 있는 현안들이다. 우선 경제 문제에 있어 미국이 6000억 달러의 양적완화 조치를 계속 밀어붙이는 데 대해 중국이 반발하는 입장이다. 중국으로선 실업 등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미국의 급격한 위안화 절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환율 시스템의 점진적 개혁을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 무역대표부(USTR)가 22일 중국에 대해 풍력발전 설비 불법 보조금 지급을 의심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조사를 요청한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양국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녹색산업에 대한 신경전이라는 측면에서 기싸움이 예상된다.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 미국과 중국은 서로 핵심 이익이라며 갈등 관계를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이 지역 현안에 대해 민감한 중국이 미국의 개입 자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양국 정상이 논의하기에 상당히 껄끄러운 현안이어서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사다.
이란 핵 개발 문제 등에 대해 미국은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국제사회에 어떤 타협책을 내놓을지도 중요한 대목이다.
미국은 핵 문제나 한반도 문제 등 안보 이슈를 이유로 한·미·일과 북·중·러가 또 다시 대립하는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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