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지도부 왜 이러나… 안상수 대표 잇단 설화로 리더십 치명상
입력 2010-12-23 18:16
여당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보온병 포탄’에 이은 ‘자연산’ 발언으로 집권당 대표 권위에 치명상을 입었다. 당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연일 현안을 둘러싸고 엇갈린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23일 “이쯤 되면 청와대가 아니라 여당이 정권의 레임덕을 앞당기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흔들리는 지도부=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오늘 드릴 말씀이 없다”며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바로 발언권을 넘겼다. 말은 아꼈지만 연말연시를 맞아 계획했던 보육시설 방문 등의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안 대표가 침묵하는 동안 나머지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는 전날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등이 제기한 대북정책 기조 변화 요구가 논란이 됐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지난 10년은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는 위장평화 시대였는데도 햇볕정책을 옳다고 판단하는 것이 놀랍다”며 “이 시점에서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병수 최고위원도 “대북 정책에 관해 당내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듯한 발언이 있었다”며 “중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정리하고 정부와도 논의한 끝에 얘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거들었다. 반면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 정두언 최고위원은 “당이 무조건 한목소리를 내는 게 좋은 것이냐”며 주요 현안에 대한 당내 의견 수렴 절차가 없음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불안한 의원들=민심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런 당 지도부의 모습에 위기감이 퍼져 있다. 구상찬 의원은 “의원들이 코피 쏟으며 지역구 활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중앙당직자 실수 때문에 표가 날아가는 것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 즉각 사퇴 주장은 공개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파출소 피하려다 경찰서 만난다”며 “대안이 없으니 참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안 대표의 리더십이 큰 타격을 입은 만큼 새로운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내년 1∼2월 중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여당의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민주당은 안 대표 실언 사태를 은근히 즐기는 모습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보온병 포탄도 자연산이 있는가 묻고 싶다”면서도 “(당 대표를) 계속 하셔도 좋다”고 비아냥거렸다. 전병헌 정책위의장도 “안 대표 유임에 적극 찬성한다”고 거들었다.
김나래 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