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주, 발생지 고교방문이 안동서 영덕으로 전파 원인?

입력 2010-12-23 21:11


정부가 구제역 백신을 경북 2곳과 경기도 3곳에만 쓰기로 한 데는 역학조사 결과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경기·강원지역 전파속도가 빠르지만 이동경로를 추적한 결과 산발적 확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 것이다. 그러나 본보가 분석한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는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은 것이 다수였다.

◇①고교 방문이 전염원인?=지난 9일 경북 안동에서 영덕으로 전파된 경위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는 해당 농장주의 오염지역 방문을 꼽았다. 영덕에서 사료대리점 영업을 하는 농장주가 구제역 발생지인 안동 풍산면을 방문한 것이 원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해당 농장주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발생농장은 가본 적도 없고, 고등학교만 방문하고 돌아온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측은 “당시 안동의 여러 면에서 아빠들이 모였고, 해당 농장주가 지난달 29일 왕겨 운반차량으로 영덕군 축산면 2차 발생농장에 배달을 했다는 진술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②구제역 경계지역임에도 소독 허술했나=안동에서 의성으로의 이동경위도 석연치 않다. 이미 구제역이 발생한 안동시 서후면 농장에서 900m 떨어진 농기계 수리센터를 구제역 판정 사흘 뒤 차량으로 방문했다가 돌아온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당시 발생농가 주변 3㎞ 이내는 경계지역으로 분류돼 방역당국의 소독과 출입통제가 강화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구제역 바이러스가 의성 농장주의 차량에 묻어 나갔다면 방역당국의 경계지역 소독활동이 허술했음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이에 대해 역학조사를 진행한 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사료차량이 아닐 경우 바퀴만 소독하고, 탑승자 신발이나 차 바닥 소독은 안 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③때늦은 역학조사가 확산 키웠나=지난 15일을 기점으로 경북에서 경기도로 옮겨붙은 경로도 논란의 대상이다. 방역당국은 파주 발생농장 인근 돼지분뇨 처리시설업자가 지난달 17일과 25일 안동 발생농장을 다녀간 사실을 역학조사 결과로 내놓았지만 직접적인 전파경로로 입증하진 못했기 때문이다. 검역원 관계자는 “경북과 수도권은 발생 양상 자체가 다르다”며 “경북에 비해 돼지농장이 많은 탓인지 출하시기가 일러 (구제역 바이러스도) 차량에 의한 빠른 이동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④차량 이동이 원인?=방역당국은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 서부로 빠르게 전개되는 구제역 확산세의 원인으로 축산차량을 지목했다. 방역체계의 허점보다 농가의 부실관리와 축산농가를 오가는 많은 차량 때문에 발생 이전까지 확산세를 가늠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정부의 설명을 바라보는 축산농가의 분노도 고조되고 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