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블리처 기자 방북기 “평양 TV·라디오에선 군가風 음악”

입력 2010-12-23 18:12

“바깥에선 지난 60년간 북한이 붕괴 직전이라고 전망해 왔지만,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함께 7일간 북한을 방문했던 CNN 울프 블리처 기자가 22일(현지시간) CNN 홈페이지에 올린 북한 방문기에서의 소감이다.

블리처의 북한 취재는 연평도 사태로 한반도에서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시점에 이뤄졌다.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에 도착했을 때 여권과 귀국 항공티켓, 휴대전화 등을 북한 당국에 넘겨줘야 했다. 그는 “전쟁이 터져 평양에 발이 묶이거나 공항이 폐쇄돼 육로로 중국 국경을 넘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긴장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술회했다.

평양 호텔의 TV와 라디오에선 군가풍의 음악이 흘러나왔고, 인터넷과 휴대전화는 사용할 수 없었다. 국제전화는 1분에 10달러. 그나마도 걸 수만 있었고 받을 수는 없었다. 평양 시내를 촬영한 영상도 송출할 수 없었다.

체류기간 내내 북한 안내원이 취재를 제한했다. 하지만 어렵사리 수백장의 사진과 8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촬영할 수는 있었다. 이번 방북팀이 가장 기대했던 영변 핵시설 취재는 끝내 좌절됐다. 블리처 기자는 북측에 수차례 영변 핵시설과 휴전선 일대를 취재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비상 상황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평양 곳곳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대형 사진이 내걸려 있었지만 김정은의 사진은 볼 수 없었다고 블리처는 밝혔다.

혹한의 날씨로 평양 시내가 눈 덮여 있었지만 실내 난방은 거의 가동되지 않았다. 평양 외곽의 터널엔 조명이 꺼져 있었고, 학교에서도 학생들은 두터운 외투를 입고 수업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