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도발 한달 軍 어떻게 달라졌나… 훈련부터 北전술 분석까지 더 강하게 더 촘촘하게

입력 2010-12-23 21:14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발생 한 달째인 23일. 연평도 해병부대는 북의 기습도발로 중단됐던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한 뒤에도 여전히 북한에 대한 최고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가 적의 국지도발 대비태세를 최고수준인 진돗개 하나에서 둘로 낮추는 등 경계태세를 부분적으로 완화했지만 이곳은 스스로 예외지역으로 여기고 있다. 해병대 관계자는 “북한의 움직임은 사소한 것이라도 가볍게 보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연평도 포사격 이후 달라진 점은 북의 어떤 도발기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장병들의 정신무장이 강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의 북한전략·전술을 분석하는 부서는 더 바빠졌다. 천안함 피격사건에 이어 연평도 포격도발까지 북한의 기습적인 도발 양상이 다양해짐에 따라 가능한 도발 양상을 세분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과거 북한 도발 양상의 변화 추이와 최근 북한의 전력증강 상황을 대조해가면서 북한의 선호 방식이 어떤 것이 될지 분석하는, 치밀한 두뇌싸움에 들어간 것이다. 합참은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국지도발 양상을 세분화하고 이에 대비해 지·해·공 전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합동전략 비중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 공격목표물 선정도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유사시 타격해야 할 북한의 군사기지, 주요 지휘본부 등 공격 목표들이 훨씬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북한 도발 시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도발 지점만을 타격하는 것으로 공격 목표를 정했다. 하지만 이제는 직접적인 도발 지점뿐 아니라 관련 무기가 있는 지점이나 도발 계획과 관련 있는 인물에 대한 공격 가능성도 상정해 구체적으로 공격 목표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과거 공격목표물을 ○○기지 건물 등으로 선정했다면 이제는 ○○기지 ○층 ○번째 사무실 등으로 구체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선 부대의 훈련 양상도 소극적인 방어훈련에서 공세적인 훈련으로 달라지고 있다. 한 일선부대 지휘관은 “적의 표적도 ○○기지 야포, 몇 번째 레이더 등으로 구체화해 실전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의식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정보분석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개략적인 판단을 했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항목을 세분화해 정밀 분석하는 식이다. 미군과의 정보분석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정보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장교는 “각종 영상자료에 대한 우리의 판단과 미군의 분석이 일치하는 부분과 불일치하는 부분을 면밀히 토의해 북한의 이상 징후 목록을 세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그간 군은 북한에 안이한 판단을 해왔고 확고한 보복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다”며 “연평도 포격은 이런 미흡한 대비 태세로는 국민을 지키기는커녕 군 자체도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감을 인식시켜 줬다”고 밝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