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 화가 정관훈의 열정적 삶과 예술
입력 2010-12-23 17:47
‘화가가 화가를 찾아 길을 떠나다’ 김향금/비엠케이
1965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정관훈은 숱한 화가들을 배출한 영남대를 나와 대구를 거점으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다. 그러다 2001년 미국 뉴욕행을 결심했다. 그림에 한계를 느껴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지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한 시도였다. 자신만의 색을 갖고 자신만의 붓질을 찾아가던 중 그는 2005년 11월 19일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교통사고였다.
그의 나이 40세. 가족과 동료들의 허망함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다. 그리고 5년의 세월이 흘러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뜻을 모아 그의 유작전을 준비했다. 화가인 저자는 생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고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그림과 삶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동료 화가로서 느끼고 볼 수 있는 감성과 사유로 정관훈의 그림 길을 더듬어 가는 여정에 나섰다.
시기별로, 경향별로, 주제별로 그림들을 분류하고 제목없는 그림들에는 이름을 붙였다. 유작들은 요절한 화가의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았으며 그가 시도했던 주제나 기법들은 다양하고 변화무쌍했다. 끊임없이 실험하고 도전하는 열정의 화가였던 것이다. 저자는 그의 가족을 비롯해 친구들과 선후배를 인터뷰하고 기록함으로써 그들에게 남아있는 정관훈을 불러모았다.
“정관훈은 하루도 붓을 놓은 적이 없다. 그는 인생의 단 한 시간도 그림을 떠나서는 살 수 없었으며 연애를 할 때도, 친구와 술을 마실 때도 그의 손은 붓을 붙잡고 있었다. 그의 꿈은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고 그의 시작과 끝, 단지 운명이었다.” 그림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었던 그의 대표작 ‘기억’ ‘달, 집 그리고 길’ ‘공존’ 등이 애잔하다.
그림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그의 삶, 그려야 할 그림이 너무도 많았고 이루어야 할 꿈이 너무도 컸기에 안타까웠던 그의 운명. 이대로는 도저히 그를 보낼 수 없기에 5주기를 맞아 그의 그림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고 전시까지 마련했다. ‘정관훈 유작전’은 대구 갤러리G에서, 김호득 이목을 문상직 등이 참여하는 ‘정관훈과 그의 화우들’은 대구 동원화랑에서 28일까지 열린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