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음결제만 없애도 중소기업 힘얻어
입력 2010-12-23 17:43
삼성전자와 LG전자의 1차 협력사 대표들이 23일 전자산업 동반성장 협약식에서 2차 협력사에 대해 2013년까지 100% 현금결제를 한다는 협약서를 채택했다. 협약에 참여한 1000여 1차 협력사들은 내년에 60일 이상 어음을, 2012년에는 60일 미만 어음을 없애겠다고 결의했다. 이번 협약으로 5조6000억원 규모의 어음이 현금결제로 바뀌고 2600여 2차 협력사가 혜택을 받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기념식에서 새로운 국정 기조로 제시한 ‘공정사회’가 산업계에서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으로 구체화됐다. 중소기업 자금난과 경영압박의 원인 중 하나는 어음결제 관행이다. 삼성 LG 등 대기업과 1차 협력사 간의 어음결제 관행은 사라지는 추세이나 대기업으로부터 현금결제를 받은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게는 어음으로 결제해 그 차익을 누리는 관행은 완강하다. 이번 협약서가 그 같은 불공정 거래를 산업계에서 영구 퇴출하는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
산업계의 동반성장 물결은 2, 3, 4차 협력사로 넓게 퍼져야 한다. 대기업들은 하위 협력사 전체를 시야에 넣고 동반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차 협력사의 2차 협력사에 대한 현금결제 이행 여부를 1차 협력사 지원과 연계시키기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조치이다. 1차 협력사는 2차 협력사와, 2차 협력사는 3차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추구하려는 공생 의식이 필요하다.
현금결제뿐 아니라 대기업의 구두발주와 납품단가 감액, 기술탈취 등 고질적 불공정 관행을 없애는 것도 동반성장을 위해 긴요하다. 대기업이 서면계약, 합리적 대가 산정, 기술보호 등으로 협력사를 배려하고 협력사들은 품질혁신, 기술개발, 원가절감 노력으로 산업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상생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동반성장은 산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SK는 현금결제 지급기간을 7일로 단축했고 포스코는 60개 협력사를 동반성장 대상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난주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정부도 지속적으로 이 같은 추세를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