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연어가 기가 막혀
입력 2010-12-23 18:37
연어가 부화하면 태어난 모천을 떠나 바다로 간다. 보통 3∼5년이 지나면 모천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생을 마치는 모천회귀 어류다. 바다에서 멀고 먼 모천으로 돌아오는 연어를 보면 자연의 섭리가 놀랍다. 하천의 노루목을 지키고 있다가 역류하는 연어를 낚아챈 곰은 대개 알이 들어 있는 배 부위를 먹고 나머지를 버린다. 연어가 하천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을 곰은 안다. 곰 주변을 배회하는 작은 짐승은 곰이 먹다 버린 연어를 먹는다.
연어가 한 몸을 희생해 생태계 순환을 돕는 장면을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종종 본다. 주로 북태평양에서 자란 연어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는 회귀하는 연어의 70%가량이 강원도 양양군 남대천으로 모여든다. 연어를 활용한 음식도 다양하다. 소금구이 양념구이 스테이크 찜 수프 채소볶음 모듬전 연어알소금절임 통조림…. 양양군 연어축제 홈페이지는 연어 요리법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북대서양 연안 국가들은 연어를 양식한다. 노르웨이가 대표적이다. 양식장에 치어를 풀어 놓고 15∼18개월 정도 키운 연어를 출시한다. 노르웨이는 특수 칩을 활용해 우수 품종을 골라 교배시키고, 식물성 사료 총량을 관리해 연어 생장률을 조절할 정도로 고품질 유지에 최선을 다한다. 노르웨이가 연어를 손질해 한국 중국 등으로 보내는 데 걸리는 기간은 3∼4일. 냉장 연어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번개 같은 배송이 중요하다. 이는 연어 수출입 국가가 잘 아는 상식이다.
중국이 이런 점을 악용해 류사오보(劉曉波)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노르웨이에 일격을 가할 태세다. 중국이 노르웨이산 수입 연어를 특별검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외신들이 최근 보도했다.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지난 10월 예정된 양국 장관급 어업회담을 취소한 데 이어 무역보복 카드까지 꺼낸 것이다. 중국이 특별검사를 핑계로 연어 통관을 지연시키면 신선도를 생명으로 하는 연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불문가지.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노르웨이 양식업체는 물론 연어를 애용하는 중국 중산층도 피해를 보게 됐다.
세계 경쟁력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는 세계 167개국을 상대로 민주주의 발전 정도를 측정한 결과 노르웨이가 1위를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136위였고, 북한은 꼴찌였다. 하위권인 중국이 노벨평화상과 관련해 노르웨이에 무역보복을 가할 자격이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죄 없는 연어를 미끼로 말이다. 연어가 기가 막히겠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