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천사들’ 윤건 총무·조정희 팀장 “어려운 이들에 필요한 건 사랑·소통”

입력 2010-12-23 17:58


남들이 다 자는 시간에 노숙인을 만나러 거리로 나가는 두 남자. ‘거리의 천사들’의 윤건(54) 총무와 조정희(44) 팀장이다. 이들은 왜 매일 밤 사람들이 꺼리는 노숙인들을 찾아갈까.

21일 서울 이화동에 있는 거리의 천사들 사무실을 찾아갔다. 문을 열자마자 코를 감싸는 미역국 냄새는 이곳이 사무실인지 가정집인지 헷갈리게 했다. 활동사진으로 덮인 천장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달빛봉사자’들이 이곳을 거쳐 갔는지 알려주었다. 야간사역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느라 바쁜 조 팀장을 대신해 윤 총무가 “편하게 놀면서 이야기해요”라며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제는 거리에 나가면 누가 초기 노숙인인지, 누가 자립할 수 있을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윤 총무는 거리의 천사들에서 7년째 일하는 베테랑이다. 조 팀장과 교대로 밤샘 사역을 하는 윤 총무의 얼굴에서 피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조 팀장의 사연은 더 극적이다. 조 팀장이 출석하는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에서는 해마다 거리의 천사들을 후원하는 ‘마구간 음악회’를 연다. 조 팀장은 5년 전 마구간 음악회에서 거리의 천사들의 야간 사역을 담은 영상을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거리의 천사들 봉사활동에 참여하겠다고 했을 때 아내의 첫 반응은 ‘정신 있으세요?’였어요.” 야간봉사활동을 하고 출근하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팀장은 포기하지 않고 매주 수요일 대학부 청년들과 함께 활동했다. 그리고 이 사역에 대한 소명을 발견하고 직장을 정리, 아예 거리의 천사들 팀장으로 들어앉았다. 이후 초등학생인 아들은 학원을 끊고 절약을 생활화하는 방법으로 가정경제를 해결하고 있다.

야간사역을 하면서 내적인 갈등도 많았다. 조 팀장은 “사람들이 흔히 비판하듯이 처음엔 나도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이런 노숙인까지 도와줘야 하나’ 하는 회의감을 가졌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들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는 그는 “어릴 때 부모로부터 버려졌거나 살아남기 위해 늘 싸워야 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란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사랑이고 소통”이라고 말했다. 조 팀장이 봉사자들에게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라”고 강조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조 팀장은 담담히 대답한다. “기관을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가는 거죠. 다만 큰 꿈이라면, 나이 들고 병들어 거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분들의 임종까지 봐 드리는 것이에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결과가 보이지 않는 일이지만 그분들이 단 하루라도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제공해드리고 싶어요.”

최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