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on imission] 박규숙의 '골방 예수'

입력 2010-12-23 17:40

골방 예수

오늘도 새벽에

깔끔하게 기도를 끝내고는

눈 가리고 귀 막고 입도 막고

두 손 꽁꽁 두 발도 묶어서

골방 깊숙이

예수를 가둬두고 나왔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듣고

내가 책임지기 싫은 말을 하고

내가 가기 싫은 곳에 가서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벌이신다면

상당히 곤란한 하루가 될 테니…




오늘도 나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예수를 꽁꽁 묶어 골방에 가두고는

내가 세상의 주인이 되어

내 맘대로 살아간다.

<경기도 하남 동부여중 영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