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최후 카드 ‘예방 백신’ 통할까… 일본, 접종 후 번져 결국 살처분

입력 2010-12-22 21:55

정부가 구제역 마지막 카드로 ‘예방백신 접종’을 꺼내들었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성공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 1997년 3월 대만에서는 돼지 구제역이 발생해 전체 돼지 1068만 마리 가운데 385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당시 대만은 초기 단계부터 백신 3000만개를 접종했으나 한 달 뒤인 4월 오히려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급기야 바닥난 백신을 긴급 수입해 1000만개를 추가 접종한 끝에 구제역을 종식시켰다.

대만은 백신 접종을 통한 구제역 종식 이후에도 매년 1회씩 예방접종을 해왔지만 97년 이후에만 4차례나 추가로 구제역이 발생했다.

영국과 일본은 결과적으로는 백신을 통해 구제역을 막았지만 피해는 엄청났다. 일본은 올해 미야자키현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1086농가의 가축 33만6306마리가 살처분됐다. 이 지역 전체 소·돼지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구제역 발생 및 의심농가가 292곳에 이르고 살처분 대상이 21만1608마리로 늘어나자 뒤늦게 백신을 접종한 뒤 접종된 가축까지 모두 살처분했다. 일본 정부는 미야자키현 구제역 피해가 커지자 ‘국가 위기’로 규정하고 범정부적인 대책으로 이를 수습했다.

예방 조치도 대폭 강화했다. 정부의 긴급 조치와 전폭적 지원, 가축 이동제한과 방역 등에 힘입어 미야자키현 구제역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았고, 발생 4개월 만인 8월 27일 완전 종식됐다.

영국은 2001년 2월 구제역이 발생하자 초기에는 살처분·매몰 방식으로 대처하다 결국 백신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미 가축 400만여 마리가 살처분돼 경제적 손실이 80만 파운드를 넘어서는 등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이동재 선임기자,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