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선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 “프랑스 은행 1조2000억은 브리지론”

입력 2010-12-22 21:04

현대그룹이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1조2000억원이 ‘브리지론’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종선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은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양해각서(MOU)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 심리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나티시스은행 대출금 1조2000억원은 브리지론이 맞다”며 “이는 해외 대형 M&A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형태”라고 말했다. 브리지론은 일시적으로 자금을 연결하는 다리(Bridge)가 되는 대출(Loan)을 말하며 통상 임시 차입자금을 의미한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1조2000억원이 브리지론일 거라는 관측이 있었는데 하 사장이 이를 확인한 것이다. 그는 “나티시스은행과 그 계열사인 넥스젠은 현대그룹에 매우 우호적”이라며 “당초 넥스젠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려 했으나 연대보증 부담으로 참여가 보류되면서 브리지론 형태를 이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추후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을 조달하되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조달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일단 브리지론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 사장은 채권단의 중재안에 대해 “현대건설 이사회, 소액주주, 주요주주를 무시하는 법 위에 있는 것과 같은 제안”이라며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나티시스은행과의 비밀유지 협약을 이유로 이 같은 내용을 밝히지 않았었다. 현대그룹은 그러나 이날 법원심리에서 향후 본안소송 때 채권단에 제출하지 않았던 대출계약서를 제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MOU를 해지함에 따라 현대그룹은 이날 당초 ‘MOU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을 ‘MOU 효력유지 가처분’ 신청 및 ‘현대자동차그룹 등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부여 금지 가처분’ 신청 등 2가지로 변경해 제출했다.

이와 관련, 채권단 관계자는 “오늘 열린 실무자 회의에서 24일 법원의 2차 심리가 예정된 만큼 이를 고려해 주주협의회 일정을 결정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해 현대차와의 매각협상이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정부 산하기관이 채권자인 기업의 매각 시에는 매수자금의 출처와 성격을 체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경제의 불안과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과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