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이후 끊겼다 최근 활발히 가동… 북·미 ‘뉴욕채널’ 돌파구 될까

입력 2010-12-22 18:24

한동안 끊겼던 북·미 뉴욕채널이 최근 활발히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채널은 미 국무부와 북한의 유엔 대표부 주재 외교관들 사이의 비공식 대화채널로 지난 3월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수개월간 대화가 중단됐었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6자회담 재개 여건을 조성하는 차원에서 뉴욕채널이 다시 가동되고 있다”며 “미국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대화 채널을 놓지 않는 투트랙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 주지사의 지난 16∼21일 방북도 뉴욕채널을 통해 추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뉴욕채널은 재가동된 것이 아니라 항상 열려 있다”며 “리처드슨 지사는 물론 핵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방북할 당시에도 양측이 뉴욕채널을 통해 행정절차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방북한 리처드슨 지사에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복귀, 핵연료봉의 판매 및 해외반출, 남북 간 군사 핫라인,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서해 분쟁지역 감시 군사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다.

이 때문에 양측이 뉴욕채널을 통해 6자회담 재개 조건과 일정 등을 놓고 물밑 조율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채널은 막혀 있는 한반도 정세를 뚫을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이 리처드슨 지사를 통해 내민 대화카드에 중국과 러시아가 지지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정부는 뉴욕채널을 통한 현재의 북·미 접촉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최소한 미 행정부 인사가 방북하거나, 북한에서 미국에 사람을 보내 미국 관리를 만나는 정도는 돼야 북·미 관계의 의미 있는 변화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북·미 접촉 타이밍이 아니다”면서 “우리가 북·미 접촉에 나서라고 요구하기 전에는 미국이 우리를 제쳐두고 양자대화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