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북한의 의무준수 기다리고 있다” 美, 北 유화움직임에도 냉랭
입력 2010-12-22 18:23
북한이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반응하지 않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와 사용 후 연료봉 반출 등을 시사하는 등 일단 유화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에 대해 여전히 냉랭하다.
백악관은 21일(현지시간) 국제사회가 북한의 의무 준수를 기다리고 있으며, 북한의 변화가 없는 한 6자회담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수주간 보여준 호전적 행동들은 북한이 책임 있게 6자회담을 재개할 약간의 준비라도 돼 있다는 확신을 누구에게도 주지 못했다”며 “북한이 준비되면, 그때 세계는 필요한 준비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약속이 아니라 의무 준수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알고 있다”며 “세계는 북한이 그렇게 하는지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사찰단을 받아들이겠다면 “IAEA에 직접 전달하라”며 진정성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주요 관련국에 대한 대북 압박 요구에도 배어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외교소식통을 인용,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 5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에 대해 확실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도 생각이 있다”고 강하게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내년 1월 예정된 후진타오 주석의 방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방치하는 바람에 이런 사태(연평도 포격)가 일어났다”는 언급도 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의회에 보낸 편지에서 지난 며칠간 러시아와 북한의 호전적 행동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일부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 내년 1월 하순 후진타오 주석의 미국 방문이 끝날 때까지 한반도가 평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자제를 보인 건 일단 최근의 군사도발로부터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표시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정책변화 이유로는 혹한기를 앞두고 한국의 식량지원을 원하고,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이 필요하다는 점이 꼽힌다. 또 중국과 러시아에 자신들이 한국보다 더 이성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분노하는 남한의 감정도 고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전략이 한·미에 먹혀들어갈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