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나라 대북정책 미묘한 기류
입력 2010-12-22 21:39
현 정부 들어 강경 일변도로 가고 있는 대북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한나라당 내부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는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열띤 논쟁장이었다.
정몽준 전 대표가 먼저 발언에 나섰다. 정 전 대표는 “연평도 포격 배후엔 북한의 핵무기가 있는데,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한나라당도 일정 부분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초당적 국정운영 체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 일변도로만 대북정책을 이끌어선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정 전 대표가 물꼬를 트자 홍사덕 의원이 이어받았다. 홍 의원은 “당대표 또는 원내대표께서 신임 정책위의장과 상의해 대북정책을 선도적으로 리뷰(재검토)하면 어떨까 싶다”며 “남북관계가 이대로 가선 안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남경필 국회 외통위원장은 “남 탓 하고, 전 정권 탓할 게 아니라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긴 호흡의 대북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북한의 급변사태를 전제로 한 대북 대응책과 강경 일변도 외교·안보 라인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북정책 전환 목소리가 커지자 이윤성 의원은 “회의가 세미나도 아니고…”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의원은 “중장기적으로 긴장 완화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면서도 “이 시점에선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경재 의원도 “대화로 가면 진짜로 평화가 오는 것이냐”며 “전 정권에서도 대화하고 왕래했지만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고, 군사충돌도 있었다”고 대북정책 재검토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격론이 이어지자 안상수 대표는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고, 더 이상의 논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여당 기류가 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보수적 기조를 유지해 왔던 정 전 대표와 북한의 포격 도발 직후 육두문자를 써가며 대응 타격을 외쳤던 해병대 출신 홍 의원까지 대북정책 전환에 힘을 실은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과 정부의 공식 입장은 변함이 없는 상태다. 안 대표는 회의 후 “지금은 평화를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당직자는 “현 상황에서 대표나 당의 대북 기조는 변화가 없다”며 “대북정책 전환 언급은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대화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은 우리에게 믿을 만한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화와 무력도발을 병행하면서 지원을 얻어내는 북한의 전술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도발이 발생한다면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주장은 힘을 잃게 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장시간 군사적 초긴장 상태가 유지되면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승훈 유성열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