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영어유치원, 겉만 번지르르 속은 쉰내… 서초구 집단급식 학원 현장점검 7곳 적발
입력 2010-12-22 21:16
서울 강남권 유명 영어 유치원 상당수가 원생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먹이면서 유통기한을 1∼6개월 경과한 식재료를 냉장고에 보관하다 적발됐다. 식단에 육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 17∼18일 집단급식을 실시하는 관내 대형 어학원 18곳을 현장 점검해 7곳(38.9%)에서 각종 식품위생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학부모가 자녀를 유치원 대신 보내 ‘영어 유치원’으로 알려진 이들 학원은 원생이 각 100명 안팎이다.
점검 결과 서초동 A학원 주방 냉장고에서는 유통기한을 1개월 넘긴 스테이크 소스가, 같은 동 B학원에서는 유통기한이 6개월 경과한 계피가루가 발견됐다. 양재동 C학원과 D학원은 음식에 소고기를 넣어 조리하면서 식단에 원산지를 적지 않았다. C학원은 조리사가 건강검진을 1년 이상 받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식품위생법 등에 따르면 조리사는 감염성 질병이 없는지 매년 확인해야 한다.
다른 3개 학원도 유통기한 경과 식재료를 보관하거나 육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채 원생에게 급식을 해오다 적발됐다. 서초구는 위반 사항에 따라 유통기한 경과 식재료 보관 30만원, 조리사 건강검진 미필 40만원, 육류 원산지 미표시 100만원씩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 강남교육지원청은 유통기한을 최대 2년 이상 넘긴 식재료를 보관했다가 적발된 반포동 E어학원에 대해 1개월여 교습정지 처분을 추가로 내렸다. 식품위생법 위반과 별개로 학원 설립 당시 강의실로 신고한 공간을 주방으로 바꾸면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E어학원 사태 직후 학원들이 주방과 냉장고를 한 차례 정리한 뒤인데도 위생 상태가 여전히 불량하다는 것은 학원가에 급식 안전 불감증이 만연돼 있음을 보여준다.
최상윤 서초구 보건위생과장은 “다들 ‘단순 부주의였다’고 해명하지만 집단급식 시설은 다수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만큼 더욱 주의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 현장점검 직원은 “주방마다 정리한 흔적이 역력했다”며 “불시 점검이었다면 더 많이 적발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E어학원 사례가 알려진 지난 16∼21일 구에 집단급식소로 자진 신고한 시설은 어학원 3곳, 어린이집 1곳 등 4곳이다.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집단급식소 신고를 한 곳은 16곳에 불과했다.
어학원 점검을 끝낸 구는 관내 어린이집 94곳, 유치원 23곳, 초·중·고교 49곳, 대학 3곳, 기업 97곳 등 집단급식을 실시하는 다른 시설 278곳에 대해 이달 말까지 점검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모든 자치구에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이 참여하는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이달 말까지 집단급식을 실시하는 관내 학원을 집중 점검토록 지침을 시달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