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유가, 불안감도 증폭… 두바이유 2년 만에 90달러 돌파
입력 2010-12-22 18:16
국제 유가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ℓ당 휘발유값이 2000원을 돌파한 주유소가 등장하면서 유가 상승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역대 기름값이 가장 높았던 2008년 7월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는 21일 거래된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0.97달러 오른 90.31달러를 기록했다고 22일 밝혔다. 두바이유가 90달러를 돌파한 것은 2008년 9월 30일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선 최근 유가 급등 원인을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부양 추진에 따른 유동성 증대와 경기회복 기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유럽의 폭설 등 동절기 이상한파와 중국의 경유대란 등이 겹치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적어도 내년 1월 중순까지는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보통휘발유 기준으로 판매값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7월 셋째 주다. 당시 평균 휘발유값은 1948.72원이었으며 서울 시내에선 ℓ당 2000원이 넘는 주유소가 수두룩했다. 국제적인 공급 부족과 투기세력 자금의 석유시장 유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높은 석유 재고량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잉여생산능력 등을 감안하면 유가 상승폭은 제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두바이유와 휘발유 제품값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최고점을 찍었을 때와 비교하면 아직 40달러 가까이 차이난다”며 “서울 여의도와 강남 등 임대료가 비싼 곳에 위치한 일부 주유소들이 고가정책을 내걸고 있지만 ‘일단 올리고 보자’는 분위기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중국 경유 부족 사태가 진정되면서 공급초과로 돌아설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세계경기 회복 속도 둔화도 유가 상승을 억제할 요인으로 꼽힌다.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는 내년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이 올해보다 2∼7달러 상승한 80∼85달러 수준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