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대한항공 “고공비행 계속된다”

입력 2010-12-22 17:58

프로배구 대한항공 관계자들은 요즘 표정 관리에 여념이 없다.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팀이 개막후 5연승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23일 열리는 상무신협전을 승리로 이끌 경우 1라운드 전승을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1라운드 전승에 대한 나쁜 기억이 있다. 지난 2008-2009시즌 1라운드에서 전승을 거뒀다. 직전 시즌에 정규리그 2위를 했기 때문에 더 좋은 성적인 우승도 은근히 기대했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 급전직하,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현대캐피탈에 패했다. 지난 시즌에도 LIG손해보험이 1라운드 전승을 기록했지만 이후 모든 팀의 타깃이 되면서 정규리그를 4위로 마감했다. 1라운드 전승이 눈앞에 있지만 대한항공 관계자들이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시즌 대한항공의 선두 질주는 2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 보인다. 당시는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등 강팀들의 초반 준비부족에 따른 반사이익을 봤지만 이번에는 실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득점을 실점으로 나눈 점수득실률(1.16)이 단연 1위다. 공격과 수비가 균형을 이뤘다는 얘기다.

김학민, 에반의 좌우쌍포에다 신영수까지 가세한 빠른 공격력은 최고다. 김학민은 22일 현재 공격성공률 1위(59.43%), 에반은 4위(55.15%)다. 에반은 서브 1위(세트당 0.44개)에 올라있다. 신예 곽승석과 리베로 최부식이 버틴 수비력은 한층 안정됐다. 최부식은 수비 1위(세트당 7.13개), 곽승석은 4위(6.50개)다. 올해 국가대표로 월드리그와 아시안게임을 섭렵한 한선수의 토스는 노련미를 더하고 있다.

게다가 대한항공은 전지훈련도 다른 때보다 오래 했다. 10월 미국에서 열린 제2회 UC 어바인 국제 배구대회에 참가, 실전 경험을 쌓았다. 이 대회에서는 용병 에반을 투입해 실전 검증까지 마쳤다. 개막 1주일 전에야 쿠바 출신 칼라를 데려온 2년 전과 비교된다.

타 팀보다 준비를 철저히 한 대한항공의 남은 일정도 나쁘지 않다. 징계만료로 문성민(현대캐피탈)이 가세하는 2라운드에서 대한항공은 5차전에 가서야 현대캐피탈과 만난다. 줄어든 경기수도 대한항공에는 호재다. 6라운드 36게임씩을 치른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에는 5라운드 30게임을 치르게 돼 초반에 많은 승수를 쌓은 대한항공이 유리하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