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제역 창궐하도록 국회·정부 뭐했나

입력 2010-12-22 17:54

구제역이 거의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경기도 북부 전역을 초토화시킨 데 이어 최고의 축산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강원도 평창, 화천까지 전파됐다. 3개 도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전국적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22일 현재 살처분 대상은 소와 돼지 등 22만여 마리로 2002년의 역대 최대 피해 규모(16만여 마리)를 훨씬 넘어섰다. 피해 지역도 가장 넓다.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정부의 뒷북 대응이 한심하다. 방역 당국은 구제역 발생 한 달이 다 돼 가는데도 감염 원인과 확산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동통제 조치에 실패하는 등 방역관리 체계의 허점도 드러나 방역망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던 국회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발의 6개월이 넘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이 어제서야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은 축산농가 관계자가 해외에서 입국하는 경우 신고·소독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여야가 이전투구로 싸움만 하다 구제역 사태가 심각해지자 뒤늦게 처리한 것이다.

정부가 고육책으로 극약 처방인 예방백신 접종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구제역 대책의 마지막 수단으로 1차적 효과가 있지만 후유증이 너무 크다. 백신 접종은 2000년 구제역 때 한 차례 사용했던 조치다. 문제는 예방 접종 중단 뒤 최소 1년이 지나야 구제역 청정국 지위가 회복된다는 점이다. 그 기간에 수출은 금지돼 축산농가의 피해가 커진다. 반면 살처분의 경우에는 3개월 후 구제역이 없어지면 청정국 지위를 되찾을 수 있다. 세계 각국이 백신 사용을 꺼리는 이유다.

게다가 백신만으로 구제역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론이 있다. 항체가 생기지 않으면 접종 가축들이 오히려 구제역 전파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 처방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철저한 검역 시스템을 호언장담하다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든 정부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