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뉴스, 앵커 어록만 남고 시청자 떠났다
입력 2010-12-22 17:35
지난 11월 6일 MBC 주말 ‘뉴스데스크’는 40년 만에 시간대를 오후 8시로 바꿔 시청자를 찾았다. 그러나 7주가 지난 지금, 인터넷에는 최일구 앵커의 어록만 화제가 될 뿐 시청률은 개편 전과 별 차이가 없다. ‘뉴스데스크 개혁’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일까.
MBC의 홍보와 광저우 아시안 게임 효과로 시청률이 상승하던 ‘뉴스데스크’는 시청률이 지난 4일부터 다시 7%대로 주저앉았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앵커를 토크쇼에 출연시키고 ‘8시 뉴스데스크’ 광고를 내보내 형성된 기대감과 호기심에, 아시안게임 중계가 연계되면서 개편 초반에 시청률이 올랐다. 그러나 이 효과가 사라진 이제부터가 뉴스데스크의 진짜 성적표”라고 말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기간 중 경기 중계를 하느라 오후 10시30분에 방영된 지난달 13일과 20일 방송은 시청률이 각각 12%, 18%로 껑충 뛰었지만, 이는 편성의 기본인 ‘정시성’을 어긴 것이어서 오히려 패착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김 교수는 “‘8시 MBC 뉴스’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이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자꾸 편성시간을 바꿈으로써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일구 앵커의 ‘튀는’ 진행도 뉴스의 신뢰도를 높이기보다 선정성만 강화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일구 앵커는 탈출한 말레이곰을 보도하면서 “도망치지말레이∼”라고 말하거나 심형래 감독 인터뷰를 예고하면서 영구 흉내를 내는 식의 진행을 선보였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앵커는 친절하고 알기 쉽게 뉴스를 전달해야 하지만 그런 진행방식이 시청자에게 장난이나 농담처럼 비쳐지는 건 곤란하다. 잠깐 눈길을 끌 수는 있겠지만, 신뢰도가 핵심인 뉴스에서 그런 진행은 시청자를 확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짧은 리포트를 나열하는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심층 기획물인 ‘뉴스 플러스’나 최일구 앵커의 현장 출동 등으로 변화를 꾀한 점은 KBS와 SBS의 뉴스에도 영향을 줄 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KBS 주말 ‘뉴스9’가 ‘사람과 세상’ ‘네트워크 현장’ ‘튼튼생생 365’ 등 고정 코너를 배치해 심층 기획물을 선보였고, SBS도 주말 뉴스용 기획기사를 위해 기획취재팀의 인력을 강화했다.
카메라가 앵커를 향해 다가와 클로즈업하고, 앵커 주위를 도는 등 화면을 역동적으로 구성한 점도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이후 KBS와 SBS 주말 뉴스도 앵커가 스튜디오에서 일어나 뒤에 비친 화면을 보며 서서 설명하는 식으로 화면에 역동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