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갈등 해소하려면 팽창주의 자제를”… 종교학회 소통-화합위한 심포지엄서 한목소리 지적

입력 2010-12-22 17:40


“살맛나는 삶과 사회를 만들기 위해 종교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한국종교학회(회장 류성민)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2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종교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학술 심포지엄’ 발표자들의 주문은 한결같았다. 이들은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에서 종교 간 대립과 갈등이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심포지엄에 참여한 학자 및 기독교와 가톨릭, 불교, 천도교 관계자 등 50여명은 종교 갈등의 원인, 소통 및 화합의 방법, 학계와 종교계, 정부의 협조 방안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냈다.

기조발표에 나선 윤이흠 서울대 명예교수는 “종교계가 대사회적 활동에 있어서 ‘무분별한’ 팽창주의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인들의 반성을 거듭 촉구한 윤 교수는 “종교 간 갈등은 장기적으로 볼 때 각 종교의 동반자살로 귀결된다”며 “각 종교가 고유의 영성적 꿈을 펼쳐가면서 타 종교와 개방적 관계를 유지할 때 ‘윈-윈’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신재식 호남신대 교수는 한국 기독교에 대해 “타 종교에 대한 배타적 태도가 교회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교회 쇠퇴를 촉진시킨다는 인식이 한국교회 안에 널리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돈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헌법의 종교 관련 조항 정비와 가칭 ‘종교법인법’ 제정, ‘종교법원’과 행정고시 ‘종무행정직’ 신설, 종교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가칭 ‘종교헌장’ 제정 등이 종교 간 화합과 공존을 위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신광철 한신대 교수는 “한국 종교문화사를 돌이켜보면 당대의 지성들은 자신의 전통에만 함몰되지 않고 상호 교류를 통해 인식의 폭을 확장시켜 나갔다”며 “이는 오늘날 한국 종교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9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에서 학자들은 “최근 한국 사회의 종교 간 갈등이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 때문에 세상이 종교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마음, 세상에 대해 폐쇄적이면서 자기만족 속에서 존재하는 소극적 자세 등을 종교계가 개선해야 할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충고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