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영신 (11) 창조질서 회복 도우려 환경운동 동참
입력 2010-12-22 17:42
내가 녹색연합 대표를 맡은 것은 2000년 봄부터다. 그 한 해 전부터 녹색연합 사람들과 교분을 가졌다. 난 사회운동을 강단에서 꾸준히 가르쳐왔던 사람이다. 또 내가 관찰한 여러 가지 사회운동을 분석하고 발표도 했다. 그 가운데 환경운동도 물론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하다가 내가 환경이나 생태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게 알음알음 녹색연합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나는 사실 학교 담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의미있게 생각하지 않고 글이나 말로써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돼서 공동대표로 들어가게 됐고, 공동대표가 되니까 또 상임대표를 하라고 해서 상임대표로 활동해 왔다.
나는 녹색 환경운동을 창조질서에 대한 감수성의 표현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오랜 기간 인간들이 자기 편리와 이익을 위해 무모한 파괴를 일삼아온 것을 뉘우치며 그 질서를 회복코자 하는 것이, 내가 참여하는 녹색운동의 뜻이다. 이 일에 반드시 기독교의 이름을 달거나 그 이름을 내세우는 것만이 최상의 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 파괴와 그 회복은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지구 시민들의 어깨 위에 지워진 공동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신앙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만난다. 그들과는 출발점과 지향점이 다르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공동의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한다.
난 개인적으로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에 있을 때는 차를 가졌는데, 한국에 와서는 자동차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교수일 때도 그랬지만 녹색연합 대표를 하면서도 개발을 내세우는 정권은 가차 없이 비판해왔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이 내세우는 것은 세상을 녹색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몇몇 사람들의 이익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 앞으로 올 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더 큰 비전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녹색연합은 삶의 모든 문제를 몇몇 사람들이 결정할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참여해서 결정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권력자들이 결정한 것에 의해서 힘없는 자들이 언제나 피해를 봐왔다. 이런 간격을 좁혀서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결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으면 언제나 전문가라는 이름 밑에 정치는 정치인에게, 경제는 경제인에게 맡겨야 하고, 시민은 따돌림받는 어처구니없는 사회가 되고 만다. 그러한 생각에서 벗어나 정치와 경제를 우리가 함께 걱정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여기는 그런 사회가 속히 오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
이 운동은 어쩔 수 없이 기득권 세력과 맞서야 한다. 현존 체제를 지켜가고자 하는 다수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따라서 이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고 만다.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믿고 있는 것, 그 모든 것에 대하여 질문을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인간중심주의에 반한 정책 집행, 권력 행사, 자연 파괴에 대하여 침묵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한계가 있는 이들 인간들의 생각과 결정을 고백하고 표출하는 공간이 시민운동이라고 믿는다.
정리=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