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꼭 필요한 것 채우는 두 일꾼

입력 2010-12-22 18:14


‘한국 교회 해외 선교는 부동산 선교’라는 말이 있다. 선교지에 나가면 땅 사서 예배당부터 짓고 보는 형태의 선교가 많다는 뜻의 지적이다. 그러나 현지에 꼭 필요한 전문성으로 장기적 발전을 돕는 선교사들도 분명 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활동하는 이성욱(40) 김현태(40) 선교사가 좋은 예다.

한아봉사회 캄보디아 지역 간사로 근무 중인 이 선교사는 어린이·청소년 책 번역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신학대학원생이던 1998년 프놈펜에서 컴퓨터 강사로 1년간 전문인 선교를 한 뒤 줄곧 캄보디아에 남다른 애정을 가져 왔던 이 선교사는 어린이·청소년 책 출판을 이 나라를 위해 가장 필요한 일로 꼽았다.

“현재 캄보디아어로 번역돼 판매되는 어린이·청소년 책은 ‘신데렐라’ ‘백설공주’ ‘어린왕자’ ‘동물농장’이 전부예요. 그밖에는 조악한 연애소설들뿐이죠. 그러다 보니 기본적 상식이나 정보도 턱없이 부족해요.”

이 선교사는 책 출판이 시급한 또 다른 이유로 뿌리 깊은 ‘운명론’을 들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어려움을 만나면 ‘내 업보 탓’이라 여기고, 잘 견뎌야만 다음 생에는 나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린이들도 자기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하죠.”

건강한 감정표출 방법과 평화의식 등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좋은 책을 접하게 해야 한다면서 이 선교사는 출간 계획을 설명했다. 한국 교육단체들이 추천한 권장도서 가운데 이곳 정서에 맞는 책을 선별하는 작업은 이미 끝난 상태. 내년에 우선 20권을 번역 출간한 뒤 2012년부터는 매년 100권씩 펴내는 것이 목표다.

한 권 출간에 드는 3000달러의 비용 마련을 위해 ‘한 교회 한 권 출판하기’ 캠페인을 펼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선교사는 “좋은 책 한 권을 펴내는 것이 교회 건물 하나 짓는 것 못지않게 귀중한 사역이 될 것”이라며 한국 교회의 관심을 부탁했다.

김현태 선교사는 외과 전문의다. 근무하던 포항선린병원과 포항 CCC(대학생선교회)의 파견을 받아 3년 전 프놈펜에 왔는데 의사 일은 잠시 접고 캄보디아 CCC 간사로 일하고 있다.

김 선교사는 특별히 의대 치대 간호대 약대 등 의료 관련 전공 대학생들에 대한 멘토링과 신앙 교육을 담당한다.

“캄보디아 사람들에게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의식이 거의 없어요. 나와 가족이 잘살기 위해 일한다는 생각뿐이죠. 신앙 교육으로 소명을 갖도록 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김 선교사가 멘토링하는 20여명의 학생 중 두 명을 만나 보니 그 설명이 이해가 갔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그저 ‘돈 잘 벌기 위해’ 의사가 되려 했던 퍼스 분합(28·캄보디아국립대 7학년)과 목사의 딸로 비교적 유복하게 자랐지만 ‘내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 의대에 갔을 뿐이었다는 릴리 바타나(23·여·국제대 7학년)는 모두 진정한 크리스천으로 거듭난 뒤 목표가 변했다. 캄보디아 CCC 총순장이 된 분합은 “고향으로 돌아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의사가 되겠다”고, 바타나는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해 소아심장질환 전문의가 되겠다”고 했다.

김 선교사는 “가난한 사람에게 더욱 가혹하고, 부정한 방법으로라도 부를 이루면 존경받는 캄보디아에 가장 필요한 것이 기독교적 긍휼의 가치”라면서 “이 사회가 발전하고 빈곤 문제가 해결되려면 사회지도층이 될 다음 세대에 대한 신앙 교육이 필수”라고 전했다.

프놈펜=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