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서울 출·퇴근시대 열다…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르포

입력 2010-12-21 22:33

“띠리리리링∼지금 상봉행, 상봉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손님 여러분께서는 한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21일 오전 6시15분 남춘천역. 어둠을 뚫고 경춘선 복선전철 상봉행 열차가 승강장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추운 날씨 탓에 외투에 손을 넣고 종종걸음으로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서울 용산으로 4년째 출퇴근을 하고 있는 김홍순(35·춘천시 석사동)씨는 “서울 지하철과 똑같은 역사 모습에다 전철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까지 들으니 춘천이 진짜 수도권이 된 것 같다”며 “출퇴근 시간과 비용이 모두 줄어 아내가 무척 좋아한다”고 흡족해했다.

서울 상도동 집으로 간다는 한영덕(71·여)씨도 “한 시간 만에 서울에서 춘천을 다닐 수 있어 너무 좋다”며 “내년에는 고속전철이 다닌다니까 점점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만족해했다.

상봉발 춘천행 첫차인 8301 전동차를 운행한 박상필(38) 기관사는 “첫 차를 몰게 돼 자랑스럽다”며 “기관사 모두가 합심해 승객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전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역사 내에서는 오전 내내 직원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승객 대부분이 무인승차권 발급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직원들이 일일이 승차권 구입을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남춘천역에는 발급기 사용에 서툰 중장년층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혼란이 오전 내내 계속됐다. 역사가 새로 지어지면서 상·하행 플랫폼을 착각한 몇몇 승객들은 서둘러 반대편으로 건너가는 모습도 보였다.

불편을 호소하는 승객도 눈에 띄었다. 서울 상봉에서 오전 7시11분발 남춘천행 기차를 타고 온 김승호(41·서울 사당동)씨는 “서울과 인접한 별내 신도시나 구리 지역 주민들은 좋겠지만 종착역인 춘천까지 출퇴근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며 “20분 정도 늦어도 개인별로 자리가 지정돼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버스가 매일 출퇴근하기에는 더 좋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날 개통식에는 이명박 대통령, 정종환 국토부장관, 송광호 국회 국토해양위원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광재 강원도지사 등 1200여명이 참석했다.

춘천=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