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NLL 수호의지 과시… 北, 대결구도 재현시켜
입력 2010-12-21 21:50
20일 실시된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기점으로 각국의 외교전이 2라운드로 넘어가고 있다. 향후 북한의 연평도 도발사태보다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 쪽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전망 속에 1라운드에서 각국이 손에 쥔 성적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연평도 사격훈련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호 의지를 확고히 해 북측의 분쟁지역화 의도를 차단했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미국, 일본과의 공조를 재차 확인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무대에서 대북 비난여론을 고조시켰음을 강조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21일 “우리가 강하게 나가면 북한은 꼬리를 내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NLL 문제가 안보리 테이블에 오른 자체로도 북의 분쟁지역 기도에 말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형성되려던 ‘글로벌 선도국’ 이미지가 ‘동북아의 화약고’로 덮인 점은 뼈아프다.
대러시아 외교는 재앙에 가깝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15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자주 면담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러시아는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을 안보리로 끌고가며 우리 정부를 혼란에 빠뜨렸다.
북한은 연평도 도발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고립이 더욱 심화됐다는 평가다. 러시아로부터 정면 비판을 받았으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연평도 포격에 대한 예비조사를 하고 있다. 다만 천안함 이후 희석되던 한·미·일 대(對) 북·중·러 구도를 재현시킨 점, 중국의 변함없는 지지를 확인한 점 등은 북의 소득으로 꼽힌다.
미국과 러시아는 짭짤한 소득을 올렸다.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을 계기로 서해에 항공모함을 진입시키는 등 동북아에서 위상을 제고했다. 러시아는 등거리 외교를 통해 동북아뿐만 아니라 글로벌 파워로서 기지개를 켰다.
중국은 계산이 좀 복잡하다. 중국은 6자회담 수석대표 간 긴급회의를 제안했지만 한·미·일로부터 거부당했고, 북한을 ‘비호한다’는 이미지를 떨치지 못했다. 그러나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 속에서도 일관되게 ‘평화와 자제’를 호소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이는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동력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해진 측면이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