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 성탄 트리의 역사

입력 2010-12-21 18:28

“크리스마스이브를 사흘 앞둔 21일 저녁 서부전선 해병 제0000부대 최전방 관측소 애기봉에서 북한 동포에게 보내는 대북방송 성탄예배가 베풀어졌다. 한강 하류 강폭 1.2㎞ 너머로 실지(失地)를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애기봉에는 높이 15m의 화려한 매머드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다.”(경향신문 1967년 12월 22일자)

서부전선 최전방 초소에 불을 밝히던 성탄트리의 역사는 5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기봉 성탄트리는 한국전쟁 이후 북녘 동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1954년부터 매년 성탄절을 기념해 불을 밝혔다. 처음에 소나무를 사용하다가 15m짜리 철탑으로 교체했으며, 68년 30m로 철탑을 높였다. 이후 성탄트리는 5000개의 오색전구를 달고 북녘 동포들에게 성탄의 불빛과 평화의 복음을 전했다. 점등식과 함께 드려진 성탄예배는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북녘 땅에 메아리쳤다.

북한이 성탄트리를 제거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은 성탄트리와 북한 땅의 거리가 3㎞에 불과한 데다 불빛이 개성시에서도 훤히 볼 수 있을 만큼 밝았기 때문이다. 당시 회담에서 북측은 “자유로의 차량 불빛과 애기봉 철탑이 북측을 가장 자극하고 있다”고 반발했었다. 해병대 2군단 이호연 사단장은 “공사기간 내내 북측에서 성탄트리 복원을 예의주시했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