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전구 어둠뚫고 평화의 빛… 애기봉 성탄트리 7년 만에 켜지던 날

입력 2010-12-21 20:59


“지금부터 평화통일과 민족화합을 위한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예배를 시작하겠습니다.”

우리 군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이 하루 지난 21일 해병대 2사단 김광식 목사(대위, 예수교대한성결교회 파송)의 사회에 따라 서부전선 최전방에 찬송가 ‘천사들의 노래가’가 울려 퍼졌다.

점등예배는 2㎞ 앞 북한 땅이 훤히 보이는 경기도 김포시 가금리 애기봉전망대에서 열렸다. 이곳은 서울에서 서쪽으로 불과 45㎞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예배에 앞서 완전군장을 한 장교가 나와 “행사 중 적이 기습적으로 총격이나 포격도발 시에 안내절차에 따라 행동해 달라”며 비상 탈출방법을 설명했다.

유리창 너머로 황톳빛 북한 땅이 한눈에 들어왔다. “노엘 노엘 이스라엘 왕이 나셨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철모를 쓴 군인이나 붉은 모자를 쓴 한국기독해병선교회원이나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성가대의 찬양소리나 다 같았다. 감미로운 찬양은 금세라도 동토의 땅에 닿을 듯했다. 이어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의 최전방에서 희망의 복음을 전했다.

이 목사는 “인간의 힘으론 죄와 절망 미움 갈등 고통 슬픔의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면서 “오직 평화의 왕이신 예수님이 우리 삶을 주관할 때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2000년 전 예수 탄생의 귀한 소식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온 백성에게 미친 큰 기쁨의 소식”이라며 “우리에게 참된 평화와 용서를 주신 예수님으로 인해 인류의 역사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예수님 없이는 결코 희망과 평화, 자유가 없다”면서 “저들이 아무리 포탄을 쏘아도 문제 해결이 안 되며 통일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오직 평화의 왕 예수께서 오실 때 모든 미움과 갈등, 대립의 장벽은 허물어지게 돼 있다”면서 “성탄트리를 통해 참된 평화의 왕이신 예수님이 북녘 땅에도 전해지는 역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성탄트리 앞에서 열린 점등식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전쟁의 위협을 안고 있는 이곳이 하나님의 크신 사랑으로 복음과 평화를 알리는 장소가 됐다”면서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하나! 둘! 셋!” 구호와 함께 점등위원들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북녘 땅을 향한 평화와 사랑의 탄성소리는 최고조에 달했다.

사실 빛은 본질적으로 생명이며, 생명을 주는 매개체다(요 1:4). 예수님은 빛과 어둠을 대조시킴으로써 중요한 진리를 말씀하셨다.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두움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요 8:12) 30m 높이의 성탄트리는 10만개의 LED로 장식됐다. 별과 눈 모양장식이 트리에 들어갔으며, 꼭대기에는 1.7m 높이의 흰색 십자가가 올랐다. 7년간 앙상한 상태로 남아 있던 철탑은 34개의 로프가 걸린 화려한 성탄트리로 변신했다.

이날 400여명의 참석자들은 성탄트리 점등 후 임진강 너머 암흑천지의 개풍군과 판문군을 바라보며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부르며 복음통일을 기원했다. 생명의 빛을 머금은 성탄트리는 오는 26일까지 빛을 발한다.

애기봉=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