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불빛’ 개성서도 보여… 北엔 눈엣가시

입력 2010-12-22 00:10

서부전선 최전방의 애기봉 등탑은 오래 전부터 북한이 가장 꺼리는 대북 심리전의 상징물로 꼽혀 왔다. 성탄 트리 모양인 이 등탑은 북한 동포를 겨냥한 자유와 평화의 상징물이다. 우리 측은 정전협정 체결 이듬해인 1954년 소나무를 이용해 성탄 트리를 만들었고, 71년 지금과 같은 30m 높이의 등탑을 설치했다.

애기봉 등탑은 존재 자체가 북한에 껄끄럽다. 등탑에서 북한까지 거리는 불과 2㎞이고, 점등하면 개성시에서도 불빛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코앞에 있다.

휴전선 일대의 우리 군 확성기가 남한 체제의 우월성을 크게 선전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청각을 자극한다면, 애기봉 등탑은 조용하지만 밝은 빛으로 주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애기봉 등탑 점등 중단을 요청했었다. 당시 북측은 “애기봉과 자유로의 차량 불빛이 가장 자극적”이라고 불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관계자는 21일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은 애기봉 등탑이 인민군이나 주민들에게 끼치는 악영향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며 “등탑 점등은 상징성이나 담긴 메시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해발 155m인 애기봉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으로 6·25전쟁 당시 남북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23일 연평도 포격 이후 도발 책임을 우리 측과 미국에 전가하는 선전용 팩스를 대량 발송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팩스를 받은 우리 측 종교·사회 단체와 대북 경협기업은 80여곳에 달했다. 그러나 통일부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북측으로부터 팩스를 받았다고 신고한 곳은 15곳”이라며 “15곳 가운데 9곳은 대북 경협기업”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