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부대원이 전하는 12·20 사격훈련… 11월 포격 경험 자신감 충만
입력 2010-12-21 18:29
20일 오후 2시를 넘어서자 연평부대 포7중대 포반장 김영복 하사의 손에는 땀이 배어 났다. 북한의 도발로 중단된 해상사격훈련을 27일 만에 재개하는 역할이 그의 손에 맡겨졌기 때문이었다.
오후 2시30분. 마침내 연평부대의 주력 화기인 K-9 자주포가 우렁찬 포성을 내뿜었고, 발사된 포탄은 연평도 서남쪽 해상 가로 40㎞, 세로 20㎞ 해상의 표적에 명중했다. 김 하사는 “훈련 시각을 알리는 초탄이 발사되면서 대한민국 바다를 지키는 최전선에 우리가 있다는 자부심이 포탄과 함께 솟구쳤다”고 훈련 상황을 설명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K-9 자주포로 반격에 나섰던 연평부대 포7중대 대원들에게 이날 훈련은 감회가 남달랐다. 중대원들이 21일 본보에 보내온 수기(手記)에는 사격훈련 준비 과정부터 훈련 이후 상황까지가 생생히 담겨 있었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포격 도발 당시 파편에 귀 옆을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포반원들을 대피시키고, 자동사격이 불가하자 수동으로 사격에 가담했던 김 하사는 “만약 훈련 중 적이 도발한다면 절대 지지 않는다는 것을 북괴군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썼다.
포7중대원들은 짙은 해무(海霧)에도 아랑곳없이 이른 아침부터 탄약 종류, 신관, 장약, 발수 등을 수십 차례 확인하면서 사격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포7중대장 김정수 대위는 “사격훈련은 물론 적의 추가 도발에 대해서도 모든 준비가 완료돼 있었다”며 “한번 전투를 경험해 본 중대원들은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쳤다”고 훈련 준비 상황을 되돌아봤다.
포7중대 조종수 박태민 상병 역시 ‘두번의 실패는 없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박 상병은 “지난번에는 갑작스러운 도발로 당황했지만 이번에는 더 열심히 훈련하고 준비해 왔기 때문에 중대원 모두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가 서 있었다”고 말했다. K-9 자주포를 시작으로 105㎜ 견인포, 81㎜ 박격포, 벌컨포 등의 포성이 하늘을 뒤흔들면서 훈련은 계획대로 진행됐고, 북한군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김 대위는 “훈련 포성을 들으니 평화롭던 연평도를 이렇게 만든 북괴군에게 이 바다가 우리 대한민국 영토임을 확실히 인식시켜주는 함성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 하사는 훈련 중간중간 “언제든 적 포탄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절대 긴장을 풀지 말라”며 포반원들을 격려했다. 오후 4시4분 계획된 사격이 끝남과 동시에 K-9 자주포 등 훈련에 동원됐던 포들은 신속히 전방의 북한군을 향해 포신을 겨눴다. 훈련은 끝났지만 북쪽을 향해 겨눠진 포신처럼 포7중대원들의 경계태세도 계속됐다. 박 상병은 “훈련이 끝나고 아무런 적의 도발이 없었지만 언제, 어떤 방법으로 또 도발해 올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내가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 영토를 지켜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